서울 강남경찰서는 신격호 회장의 조카 A씨를 사기 혐의로 수사중이라고 23일 밝혔다.
◇ 점포 양도-인수 '브로커' 대가 3천만원 챙긴 혐의
경찰에 따르면 A씨는 경기도 소재 한 롯데백화점 내 미용실 점포를 D업체가 인수해 영업할 수 있도록 롯데에 압력을 넣어주겠다며, 미용실 업주와 D업체로부터 모두 3천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미용실 업주 B(53)씨는 지난 2011년 경기도의 다른 롯데백화점에서 미용실을 운영할 당시 이른바 '로열 패밀리' 개입으로 매장을 뺏긴 경험이 있어 A씨의 이번 제안에 선뜻 응했다고 밝혔다.
B씨는 고소장에서 "2011년에도 신격호 회장의 딸 친구가 개입해 매장을 뺏기다시피 한 경험이 있었다"며 "이번에도 패밀리가 개입된 거라 얼마라도 받고 매장을 넘기기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B씨는 "명의 변경 등 롯데 측과의 분쟁은 A씨가 다 알아서 해주는 대가로 D사와 제가 각각 1천 500만 원씩 모두 3천 만 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D사 관계자도 경찰 조사에서 "A씨가 소개비를 요구해 D사 측과 B씨가 각각 1천 500만 원씩 준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직 D사 대표가 5만 원권 현금 뭉치 6개씩 모두 3천만 원을 케이크 상자에 담아 A씨 가정부에게 넘겨주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남겼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정작 롯데백화점 측은 이러한 계약을 인정하지 않았고, 점포를 넘겼다고 여겨 월세를 내지 않던 A씨는 8천만원에 이르는 보증금까지 떼이게 됐다.
◇ A씨 "로열 패밀리" 적극 어필하기도
이 과정에서 A씨는 자신을 "로열 패밀리"라고 칭하며 업체 관계자들에게 영향력을 과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제출된 A씨가 D사 관계자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보면, A씨는 "롯데 친인척이라고 하면 배제부터 하니 친분이 있다로만 하자"며 "(자신의 존재를) 점장과 그 윗분들은 아신다"고 말했다.
A씨는 또 "00팀장이 완전히 제 편"이라며 "김엄마, 신엄마처럼 우리도 머리를 써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지난 16일 피고소인 조사를 받은 A씨는 경찰에서 "돈 받은 사실이 없고 B씨 측을 만난 적도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으며, 롯데백화점 측은 "A씨의 존재 모르고 A씨가 백화점 점포 매장 입점에 압력을 넣은 사실이 없다"고 언급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롯데 신격호 회장측과 가까운 사촌 지간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사기 혐의에 대한 부분은 수사가 진행중인 만큼 상세히 밝힐 순 없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 신격호 회장은 아들 신동빈 회장측 그룹 7개 계열사 대표이사를 업무 방해 혐의로 고소하는 등 롯데 내 경영권 분쟁이 심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