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유에서인지 여야를 막론하고 '민주화의 거목'이라고 치켜세운 김 전 대통령에 대해 박 대통령은 이렇다할 평가를 내놓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23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등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유가족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거듭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귀국한 24일도 '조용한 조문'을 했다.
박 대통령은 현재 김 전 대통령의 업적으로 평가받는 '역사 바로세우기' 사업과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기도 하다.
김 전 대통령은 박정희 군사독재 시절 '혁명'으로 불렀던 5.16을 '군사정변'으로 명확히 규정했다.
그는 1995년 12월12일 담화문에서 "역사 바로 세우기는 국민의 자존을 회복하고 나라의 밝은 앞날을 여는 명예혁명"이라며 "군사문화의 잔재를 과감히 청산하고 쿠데타의 망령을 영원히 추방함으로써 민주주의를 확고히 지켜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1996년 6차 국정교과서(고등학교 국사)는 "1961년 5월16일, 박정희를 중심으로 한 일부 군부세력이 사회적인 무질서와 혼란을 구실로 군사정변을 일으켜 정권을 잡게 되었다"라고 적고 있다.
애초 5.16을 쿠데타로 명명하려고 했지만 보수학자 등의 반대로 비슷한 의미인 '군사정변'으로 수정했다.
중요한 역사적 사건의 개념을 정립한 데서 한걸음 더 나가 김 전 대통령은 교과서 국정체제를 지금의 검인정 체제로 바꾸었다.
반면 박 대통령은 '올바를 역사교과서를 가르쳐야 한다'는 이유로 다시 국정체제로 되돌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국정교과서는 박정희 정권에 대한 재평가과 함께 '독재'에 대한 축소 기술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현행 초등학교 교과서만 봐도 박 전 대통령을 다루면서 '독재'라는 말을 쓰지 않고 있으며, 경제 발전을 주요 업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민주화의 거목'은 영면했지만 역사는 'YS 이전'으로 퇴행하고 있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는 지난달 28일 트위터를 통해 "조선총독부 철거를 반대하고 5·16을 혁명이라고 떠드는 세력들이 바로 교과서 국정화의 주역들"이라며 비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