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운영과 일본의 꼼수…'프리미어 12' 불참하면 안 될까?

"이런 이상한 대회에 꼭 참가해야 하나?" 조직위원회의 졸속 운영과 일본의 꼼수에도, 한국은 오로지 실력으로 정상에 섰다. (자료사진=윤성호 기자)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은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주최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대항하기 위하 ‘프리미어 12’라는 국가대항전을 만들었다. 2011년 폐지된 야구 월드컵 대신 새로 창설됐고, 세계랭킹 12위 안에 드는 국가만 출전하도록 했다. 무엇보다 야구의 2020년 도쿄 올림픽 정식 종목 복귀를 위해 WBSC와 일본이 주축이 되 만든 대회다.

하지만 1회 대회부터 졸속 행정이 이어졌다.

조별리그는 모두 대만에서 펼쳐졌지만, 한국과 일본의 개막전만 먼저 일본 삿포로돔에서 치러졌다. 한국은 일본을 거쳐 대만으로 들어가는 불리한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여기에 경기 일정도 오락가락했다. 조별리그가 끝나고도 8강 일정이 발표되지 않았다. 밤늦게 일정이 나왔지만, 이마저도 바뀌었다. 당초 한국-쿠바의 8강전은 타이베이 티엔무 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티엔무 구장의 화재로 타이중 인터컨티넨탈 구장으로 8강 장소가 변경됐다. 한국은 2시간30분 가량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등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다.

일본의 꼼수도 있었다. B조 3위로 8강에 진출한 한국은 4강에 올라갈 경우 B조 1위-A조 4위의 승자와 20일 경기를 치르는 일정을 받았다. 그런데 B조 1위 일본이 4강에 오르자마자 20일이 아닌 19일로 4강전을 당겼다. 하루 쉬고 21일 열리는 결승전을 준비하겠다는 꼼수였다. 덕분에 한국은 도쿄돔 적응 훈련을 위해 18일 새벽 4시30분에 대만 숙소를 출발해 일본으로 들어와야 했다.

사실 ‘프리미어 12’는 세계랭킹 12위 안에 드는 국가가 출전하지만,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들의 출전을 제한하면서 반쪽 대회가 됐다. WBC처럼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출전하지 못했다. 한국 역시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의 합류가 불발됐다. 게다가 시즌 종료 후 열린 탓에 몇몇 선수들은 부상을 이유로 대표팀에서 빠졌다. 우승이라는 성적만 빼면 이래저래 아쉬움만 남는 대회다.


하지만 출전을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야구가 2020년 도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경우 출전을 위해서는 세계랭킹 유지가 필수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WBSC는 2회 대회인 2019년 대회를 올림픽 예선을 겸한다는 복안을 세웠다. 아직 정확한 방침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상위팀에게 올림픽 출전권을 줄 계획이다.

물론 나머지 팀도 대륙별 예선을 통해 올림픽 출전권을 얻을 수는 있다.

하지만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지난 9월 야구를 정식 종목 후보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추천하면서 출전 선수 수를 144명으로 제한했다. 한 팀을 24명으로 잡으면 6개국만 출전이 가능하다. 개최국 일본, ‘프리미어 12’ 우승팀을 제외하면 고작 4개국에게 기회가 돌아간다. WBSC에서는 8개국으로 늘릴 것을 다시 제안할 예정이지만, 변경 여부는 미지수다.

세계랭킹을 12위 이내로 유지해야 2회 대회 출전도 가능하다. 그리고 2회 대회에 출전해야 올림픽 출전권도 손에 넣을 가능성이 커진다. 운영 면에서 수준 이하 대회지만 ‘프리미어 12’에 출전할 수밖에 없었던, 또 출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결과는 최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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