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리그에서 일본과 미국에게 한 차례씩 패했지만, 토너먼트에서 되갚았다. 일본을 4강전에서 극적인 역전 드라마로 제압하더니 조별리그에서 오심 탓에 패했던 미국도 결승에서 무너뜨렸다. '프리미어 12' 초대 챔피언은 한국이었다.
한국은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미국을 8-0으로 완파하고 정상에 섰다.
▲기다렸던 박병호의 홈런포…시원하게 터진 타선
미국은 조별리그 한국전에서 6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친 지크 스프루일을 멕시코와 4강전에 투입했다. 대신 조별리그 2경기에서 11이닝 평균자책점 0.82를 기록한 잭 세고비아를 선발로 냈다.
하지만 최고 구속 150km에 미치지 못한 세고비아의 공은 한국 타자들의 좋은 먹잇감이 됐다.
1회초부터 세고비아를 몰아쳤다. 정근우가 안타에 이은 도루를 성공시켰고, 이용규의 적시 2루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계속된 만루 찬스를 날렸지만, 3회초 이용규의 볼넷과 김현수의 적시 2루타로 1점을 추가했다.
하이라이트는 4회초였다. 김재호의 2루타, 정근우의 내야 안타, 이용규의 몸에 맞는 공으로 만든 1사 만루 찬스에서 김현수가 2타점 적시 2루타를 날렸다. 이대호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2사 2, 3루에서 박병호가 3점 홈런을 터뜨리며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박병호의 이번 대회 두 번째 홈런이었다.
한국은 9회초에도 정근우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1점을 추가했다. 장단 13안타와 10개의 4사구로 활활 타오른 타선이다.
▲3수 끝에 5이닝 채운 김광현…불펜진의 완벽 계투
김인식 감독은 미국전 선발로 김광현을 낙점했다. 일본과 개막전, 쿠바와 조별리그에서 모두 조기 강판됐던 김광현을 다시 한 번 믿었다.
김광현도 기대에 부응했다. 5회까지 4개의 피안타만 허용했다. 무엇보다 볼넷이 하나도 없었다. 최고 구속은 150km에 미치지 못했지만, 날카로운 변화구로 탈삼진도 5개를 솎아냈다. 3수 끝에 거둔 첫 승리였다.
물론 행운도 따랐다. 4회말 선두 타자 맷 맥브라이드에게 2루타를 맞은 뒤 타일러 패스토니키의 투수 땅볼을 잡아 1루로 던진 것이 패스토니키의 몸에 맞고 튀었다. 그 사이 맥브라이드가 홈으로 들어왔지만, 심판은 패스토니키의 수비 방해를 선언했다. 아웃카운트 하나가 올라감과 동시에 맥브라이드도 2루로 돌아갔다. 김광현은 댄 블랙, 조 스크라파니를 내야 땅볼로 잡고 위기를 넘겼다.
5회까지 투구 수는 72개. 더 끌고 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결승전인 만큼 김인식 감독은 6회부터 불펜진을 총동원해 기분 좋은 영봉승을 만들어냈다. 임창민이 6회를 막은 뒤 차우찬이 8회 1사까지 책임졌다. 이후 정대현이 8회를 마무리했고, 9회에는 조상우가 등판해 승부를 매조지었다. 4이닝 동안 단 하나의 안타만 내준 특급 계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