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부터 숙인 SK 김선형, 코트에선 23득점 펄펄

서울 SK 김선형 (사진 제공/KBL)
"김선형이 오면 달라지겠지?"

프로농구 서울 SK의 팬은 물론이고 소속팀 선수라도 한번쯤은 품어봤을 생각이다. SK는 불법 스포츠도박 혐의로 기소유예를 받은 간판스타 김선형 없이 2015-2016시즌 정규리그 20경기를 치렀다. 이 기간 성적은 7승13패. SK가 문경은 감독 체제 후 2라운드까지 5할 미만의 승률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경은 SK 감독은 21일 오후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동부와의 경기, 김선형의 시즌 복귀전을 앞두고 김선형으로 인해 파생될 새로운 팀 분위기에 대해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을 보냈다.

문경은 감독은 "선수들은 김선형이 오면 팀이 달라질 것이라고 믿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김선형이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자칫 팀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문경은 감독은 동부전을 두고 "올 시즌의 분수령"이라고 밝혔다.

문경은 감독은 "5할 승률을 회복해야 하는데 연패없이 2~3승을 하고 한번쯤 지는 흐름이 좋다. 지난 경기에서 7연패를 끊었다. 오늘 이겨서 2연승을 해야 한다. 김선형도 돌아오는 날이라 우리에게는 팀 분위기적으로 분수령이 될 경기"라고 설명했다.

◇건재한 실력 과시한 김선형


김선형은 선발 출전했다. 점프볼을 앞두고 김선형은 스스로 사과의 장을 마련했다. 먼저 본부석 쪽 관중석을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김선형은 반대쪽 관중석 앞으로 가 또 한번 고개를 숙였다. 팬들에게 보내는 사과의 메시지였다.

김선형은 불법 스포츠 도박 혐의로 징계를 받은 선수들 가운데 간판급이었다. 검찰 수사 명단에 그의 이름이 포함됐다는 것 만으로도 팬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자신에게 할당된 자원봉사 시간을 모두 채우면서 자숙의 시간을 보냈다.

김선형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예전과는 조금 달라졌지만 그가 수년동안 보여준 기량만큼은 변함없었다.

플로터를 시도하는 SK 김선형. 이 장면은 그의 올 시즌 첫 득점으로 이어졌다 (사진 제공/KBL)


김선형의 플로터가 이날 경기 양팀의 첫 득점이었다. 김선형은 오랜만에 코트를 밟았지만 경기 감각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김선형의 진가는 2쿼터에 발휘됐다. SK는 1쿼터 막판부터 동부에 연속 13점을 허용해 19-30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이때 김선형이 3점슛 2개를 연거푸 터뜨렸다. SK가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계기가 됐다.

김선형은 전반에만 17점을 몰아넣었다. 돌파력에 비해 외곽슛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전반까지 3점슛 4개를 던져 3개를 림에 꽂았다.

3쿼터부터는 김선형의 위력이 코트에 닿지 않았다. 동부의 조직력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SK는 전반까지 39-44로 비교적 팽팽하게 맞섰지만 3쿼터에서만 17-29로 밀려 주도권을 내줬다.

웬델 맥키네스를 막지 못한 것이 컸다. 맥키네스는 3쿼터에서만 15점을 올렸다.

결국 SK는 동부산성을 넘지 못했다. 75-93으로 크게 졌다.

김선형은 23점(3점슛 5개) 5어시스트 2리바운드로 경기를 마쳤다. 복귀전 치고는 좋은 성적이다. 팀은 승리를 거두지 못했지만 김선형은 한 차례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문경은 감독의 걱정과는 달리 복귀전부터 팀에 도움이 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김선형과 SK는 3쿼터에 찾아온 두 번째 위기를 극복해내지는 못했다. 동부가 너무 강했고 상대적으로 SK의 조직력과 수비는 약했다. 결국 SK가 분위기 반전을 꾀하기 위해서는 김선형의 합류 그 이상이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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