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우·여우주연상 전체 후보들을 비롯, 주요 배우들이 불참 의사를 밝혀온 것. 심지어 일부 감독들까지 불참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져 파행이 예고되고 있다.
'참가상' 발언 논란으로 시작 전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이전에도 대종상은 꾸준히 참가상, 공동수상, 금품로비 등 다수 논란에 휩싸였고, 이것이 대종상 공정성에 대한 신뢰도와 권위에 직결돼 서서히 그 위상이 추락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대거 불참 사태는 처음이다.
대종상 핵심 관계자들은 스케줄 조정 문제일뿐이며 의도적인 보이콧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유력한 수상자로 점쳐지던 배우들까지 불참을 선언한데는 정말 그런 이유들이 전부일까. 어쩌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제인 대종상은 이런 수렁에 빠지게 된 것일까. 대종상의 주인공이자 각기 영화 감독과 배우를 대변하는 충무로 관계자들에게 속사정을 물어봤다.
◇ 한국영화감독협회 측 "협회 차원 보이콧은 오보…대종상 개혁 필요는 사실"
한국영화감독협회는 대종상 집행위원회에 속한 기관 중의 하나다. 20일 언론 매체들은 해당 협회에서 대종상 보이콧 권유 메시지를 보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CBS노컷뉴스는 이상우 사무총장에게 메시지에 대한 자세한 내막과 초유의 사태를 맞은 52회 대종상을 업계에서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들어봤다. 다음은 이 사무총장과의 일문일답.
▶ 협회 차원에서 대종상에 불참을 권유하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 사실인가?
- 해당 기사는 오보다. 우리는 그렇게 음성적으로 보이콧할 이유가 없다. 만약 그런 심정을 피력하고자 했다면 정식으로 기자회견을 열었을 것이다. 티켓이 필요한 감독들은 이미 티켓을 가져갔다. 대종상 측에 불만을 갖고 있는 감독들이 있는데 그들이 개인적 차원에서 가지 않겠다고 한 것이 와전된 것 같다.
▶ 대종상 집행위원회에 한국영화감독협회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불참 사태가 일어난 현 시점에서 협회의 입장은 무엇인가?
- 일단 오늘이 행사 당일이고 저희는 행사를 무사히 마치기를 바랄 뿐이다. 행사가 끝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협회의 코멘트가 있을 것이다. 기자회견을 할 생각이다. 대종상을 개혁해야 되지 않겠냐는 생각은 대다수 감독들이 갖고 있다.
▶ 불참 선언을 한 배우들뿐만 아니라 수상이 유력한 감독들까지도 참석 여부가 애매한 상황이다. 이런 사태의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나?
- 참가상 발언 논란 등 우리 협회와 상의가 되지 않은 시점에서 벌어진 일들이 있었다. 잘못되거나 합리적이지 못한 부분은 빨리 수정을 하면 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서 일이 여기까지 흘러왔다. 일부 스타 감독들은 대종상 진행 과정에서 흘러나온 예쁘지 못한 모습들 때문에 회의감을 갖고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불참을 이야기했을 수 있을 것이다.
▶ 배우들과 가까이에서 작업하는 입장으로서, 왜 수상이 유력한 배우들까지 불참 결정을 내렸다고 보나?
- 물론 잔치의 꽃인 배우들이 될 수 있으면 참석해주는 것이 좋고, 그래야 맞지만 스케줄 조정이 힘들 것이다. 한편으로 배우 입장에서는 이 상을 받는 것이 공포가 아니겠느냐. 수상하면 분명히 대중들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게 될텐데 배우들은 특히나 그런 지점에서 민감하다. 참석해서 상을 받는 사람들이 후폭풍을 두려워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우리도 이런 상황이 만들어지고 근래 들어 파행적으로 진행되는 부분이 안타깝고 답답하다.
◇ 충무로 배우 관계자 "배우들 불참? 보이콧은 아니지만 참가상 우려"
배우들의 대거 불참으로 대종상을 둘러싼 논란은 정점을 찍었다. 영화인들, 그 중에서도 축제의 꽃인 배우들에게 외면당하면서 완전히 수세에 몰린 셈이다. CBS노컷뉴스는 배우들이 진짜 대종상에 불참한 이유는 무엇인지 충무로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 관계자에게 물어봤다. 다음은 관계자 A 씨와의 일문일답.
▶ 수상이 유력한 배우들을 비롯, 남우·여우주연상에 오른 후보들이 모두 불참을 선언했다. 왜 이런 이례적인 사태가 벌어졌다고 생각하나?
- 이번에 본상 심사가 늦어지면서 배우들에게 빨라야 10일 전, 대부분 7일 전에 대종상 최종 후보에 오른 사실이 통보됐다고 들었다. 그래서 일정을 바꾸기가 곤란한 상황이 됐다는 거다. 황정민 씨 같은 경우, 연말에 출연하는 뮤지컬의 연출까지 맡아서 지금 스케줄 압박이 심하다고 하더라. 청룡영화상도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 대종상 정도의 시상식이면 스케줄을 조정해 나올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도 같은데 분위기가 전혀 그렇지 않다.
- 대리수상 논란 등 틀림없이 잘못된 부분이 있다. 배우들도 사람인지라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런 부분들에 대한 문제를 알 거 아니냐. 일부 배우들은 다른 배우들이 스케줄 때문에 오지 않는다고 하니까 혼자 오기 민망해서 불참하기도 하고, 만약 유력 수상자들이 오지 않았는데 자신이 수상하면 '참가상'처럼 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도 있다. '사도'의 배우 송강호나 '무뢰한'의 전도연이 후보에서 배제된 점도 잡음이 생길 수 있고….
▶ 그렇다면 대종상이 여기까지 오게 된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일까?
- 진행 상의 미숙함이 아쉽다. 사단법인 대종상영화제가 출범하다보니, 누구나 돈만 갖고 오면 조직위원회가 쉽게 된다. 그들이 영화인들을 대표하지 않아서 불편한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전문성이 떨어지면 공정성이 떨어지고, 결국 무리수를 두게 된다. 심사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참석하는 배우들에게 상을 주자는 이야기가 오갈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을 공식적으로 천명해 자기 발등을 자기가 찍었다. 원래 문제가 많은 축제라 언론들도 유쾌하게 바라보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 좋지 않은 기사가 많이 나왔다. 그러면 당연히 영화제에 참석하는 감독이나 배우들도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