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공직후보추천관리위원회(공천위)부터 띄우겠다고 해 서청원 최고위원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던 김 대표가 한 발 물러선 셈이다.
때문에 친박(親朴·친박근혜), 비박(非朴·비박근혜) 간 주도권 다툼으로 공전을 거듭 중인 공천 룰 특별기구 구성이 가능해질지 주목된다.
김 대표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경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공천기구 논의는) 빨리 해결해야 될 문제이기 때문에 공천과 관련된 일을 진전시키도록 하겠다”며 특별기구를 먼저 띄우겠다는 변화된 입장을 밝혔다.
이는 김 대표가 ‘친박 맏형’ 서 최고위원을 만난 뒤 나온 조율의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원유철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어제(19일) 오후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이 원내대표의 중재로 만났다”고 귀띔했다.
다만 김 대표는 ‘서 최고위원과 만났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다”며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김 대표가 ‘선(先) 공천위’ 카드를 거둬들인다면, 이는 친박과의 타협을 의미한다. 친박계는 공천위를 구성해 현 당협위원장들을 일괄 사퇴시키자는 황진하 사무총장의 주장에 강하게 반발해왔다.
과거 친박이 당직을 맡았던 시점, 홍문종,·윤상현 의원 등이 사무총장으로 재직할 당시 임명했던 당협위원장들에 대한 ‘물갈이’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친박은 현행 당헌·당규대로 ‘일반국민(50%) : 당원(50%)’ 비율로 경선을 실시해야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김 대표와 비박은 당협위원장을 총사퇴시킨 뒤 일반국민의 경선 참여 비율을 높이는 '상향식' 공천을 요구하고 있다.
김 대표가 서 최고위원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면, 당협위원장 사퇴 여부 논의는 일단 뒤로 미루고 ‘국민 참여 비율’ 등 경선 룰 논의를 먼저 시작하겠다는 얘기가 된다.
친박계는 오는 23일(월) 예정된 최고위원회의에 공천 룰 특별기구 구성 안건을 상정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특별기구를 먼저 띄운다는 원칙에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기구가 당장 구성될 가능성은 낮다.
이미 한 차례 황진하 사무총장의 특별기구위원장 방안이 친박계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친박계는 이주영 의원과 황진하 사무총장이 각각 기구 위원장과 간사를 맡는 대안을 제시했지만 이번엔 비박계 의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특별기구 구성은 이미 지난 9월 30일 합의된 사안이지만, 위원장 및 위원 선임 문제로 50일 넘게 출범이 지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한 고위 관계자는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 간 협상에서 근본적인 타협안이 나온 것으로 보긴 힘들다”며 “(특별기구 구성까지) 시간을 더 두고 기다려보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