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교과서 문제, 국민의 역사의식 일깨워
- 국정교과서는 궁극적으로 불가능한 프로젝트
- 식민지 지배에 대한 도덕적 반성 없이는 아무 것도 해결 안 돼
- 야당은 김대중, 노무현의 그늘에서 벗어나 거시적인 정책과 이념 마련해야
- 현 청년세대, 과거의 청년세대보다 뛰어나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5년 11월 19일 (목) 오후 7시 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도올 김용옥 (한신대학교 석좌교수)
◇ 정관용> 도올 김용옥 선생님. 어제에 이어서 말씀 듣겠습니다. ‘도올의 중국일기’라고 하는 책을 지금 4권까지 나왔고. 7권으로 기획하고 내고 계신데 연변대학에서 1년 동안 강의하시면서 본인 스스로 중국사와 세계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다. 고구려 패러다임을 깨달았다. 어제 그 고구려 패러다임이 무엇인지 말씀을 들었고요. 오늘은 그런 패러다임, 그 정신 아래에서 오늘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지 말씀을 듣겠습니다. 선생님 이어서 듣겠습니다. 어제 마지막에 우리는 지금 분단되어 있고 한반도에 그것도 한 귀퉁이만 차지하고 있고 미국과 중국 틈바구니에서 그런 곤욕을 여러 가지 치르고 있지만 우리는 지금 세계 전체의 핵 중의 핵에 위치해 있다. 어떤 문제를 풀든지 국제적인 비전 속에서 풀어야 한다. 이렇게 말씀하셨고요. 그러면서 살짝 어제 비추신 것이 제1과제는 남북한이 함께 해야 한다. 그것 맞습니까?
◆ 김용옥> 네. 우리는 남북이 분열된 적이 없는 민족 아닙니까. 이게 쭉 같이 살아온 사람들이에요. 같이 밥 먹고 같이 했던 거고.
◇ 정관용> 2차 대전 이후에 이렇게 된 거죠.
◆ 김용옥> 이게 몇 년 안 되는 거예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소위 중추세력이라고 하는 사람들일수록 점점 이대로 사는 게 편하지 않냐. 특히 일본 문제에 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그 일본 식민지 시대의 무엇인가 좋은 일이 일어났다. 뭐냐 하면 우리 근대화도 부패한 왕조가 가지고 있었던 것보다는 일제시대를 통해서 더 좋은 산업화가 일어났고.
◇ 정관용> 식민지 근대화론 이런 거죠?
◆ 김용옥> 식민지 근대화론. 그런데 이런 모든 얘기가 지금 우리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 뭐냐 하면 한 번 여기 청취자 분들 같이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지금 우리 집에 도둑놈이 모르게 물건을 훔쳐갔다면 모르겠는데 날강도가 그냥 총하고 도끼를 갖고 와서 내 집 문을 다 부수고 와서 내 부인을 겁탈하고 자식들, 아름다운 자녀들 다 칼로 목을 쳐서 죽여 버리고 나를 갖다가 종으로 삼고 우리 집의 주인으로 들어앉았다. 이거 용납이 됩니까? 그런데 일본이 우리나라에 와서 소위 말해서 강점을 했다고 하는 이 사태는 이 식민지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있을 수 없는 날강도짓이란 말이에요. 날강도짓이고 여기에 대한 도덕적 반성이 없이는 우리 역사는 해결될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반민특위라든가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이런 것들이 전부 좌절된 채 오늘같이 왔고. 이런 것이 분단 문제하고 다 연결되어 있는데 이런 문제를 오늘 다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고. 단지 뭐냐 하면 이 남북의 통일이라고 하는 것은 하나의 우리 민족의 당위라는 거죠.
◇ 정관용> 당위.
◆ 김용옥> 당위이고 반드시 이루어야만 하는 과제이고. 원래 우리가 하나였으니까. 그리고 우리가 자의적으로 선택을 해서 야, 우리 갈라 살자. 이렇게 결단을 내린 적이 한 번도 없잖아요. 이 문제는 일단 원상복귀 시켜놔야만 하는 게 우리 역사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진 하나의 의무이고. 정의감이고 당위란 말이죠. 그런데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사람들이 자꾸만 어렵다고 생각을 해요.
◇ 정관용> 어렵죠.
◆ 김용옥> 어렵다고 생각을 하는데. 저는 이런 문제를 어렵게 풀어가지 말자. 이거예요. 무슨 얘기냐 하면 통일이라는 말은 당분간 쓰지 말자 이거예요. unification이라는 것은 그것도 일종의 로직, 두 개를 하나로 뭉뚱그려서 하나로 한다는 이 말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 정관용> 그건 좀 뒤로 미뤄 놓자?
◆ 김용옥> 통일이라는 건 역사에 스스로 맡기자. 거기에 대한 어떠한 단계론이니 복안이니 체제론을 만들지 말자는 거예요. 그러면 이념논쟁이 붙어서 진행이 안 돼요.
◇ 정관용> 그럼 지금 당장은 뭘 합니까?
◆ 김용옥> 할 수 있는 건 뭐냐? 그저 ‘자유 왕래’ 정도.
◇ 정관용> 평화롭게?
◆ 김용옥> 왔다 갔다 하자. 평화롭게 왔다갔다. 그런데 이 자유 왕래에 관한 것도 소위 우리나라의 보수세력들이 많이 외친단 말이에요. 그런데 이 자유 왕래라는 것의 기본적인 전제가 상대방을 서로가 우리가 인정하는 겁니다.
◇ 정관용> 그렇죠.
◆ 김용옥> 체제를 인정하자. 이게 어렵지가 않아요, 생각만 바꾸면 되는 거예요. 북한 사람들에 대해서 저도 상당히 불만이 많습니다. 저는 북한을 많이 가봤는데 가서 느끼는 뷰로크라시, 하나의 관료체제의 경직성이라든가 여러 가지 문제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우리가 뭐, 다 지적할 수도 있고 쳐다볼 필요도 없는 거예요. 단지.
◇ 정관용> 인정을 하고.
◆ 김용옥> 그냥 그 체제의 모습을 일단 인정해 주고 그러면서 왔다 갔다 하면서 서로 보완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면.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김일성 대학교에 가서 강의를 듣고 김일성대학 애들이 여기로 내려오기도 하고. 이런 것부터 시작을 하면서 슬기롭게 풀어가다 보면 된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가 지금 우리 국민들이 알아야 될 것은 안 해야 알아야 될 것은 전세계가 우리 남북한의 문제가 풀리지 않기를 원하는 시대가 많았다고요. 이거 냉전구조라는 거죠.
◇ 정관용> 바로 지금 제가 그 질문을 드리려고 했는데. 그러니까 통일은 당위이고 당위를 현실로 만드는 건 인간의 의지이고. 그 의지에 우리가 고구려 패러다임으로 좀 정신을 다시 가다듬자. 이 말씀까지 들었어요. 그리고 당장 통일 얘기하면 현실적으로 걸리니까 자유 왕래라도 하자. 그런데 거기에도 저항하는 사람들이 우리 내부뿐만 아니라 중국, 미국, 일본 사실은 다 저항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현실적으로. 그건 어떻게 뚫습니까?
◆ 김용옥> 지금 우리가 일단은 유럽의 경우에도 독일이 분열되어 있는 걸 세계가 원했단 말이죠. 독일이 워낙 강했으니까.
◇ 정관용> 해냈다?
◆ 김용옥> 그런데 독일은 해냈잖아요. 무슨 얘기냐 하면 기본적으로 문제가 많이 있다고 할지라도 당장 목전에 이건 보면 분열되어 있는 게 우리 편하다고 볼지 몰라도 이런 분열이 만들어내는 지금 중동문제도 그렇지만 분열이 만들어낸 문제는 엄청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예를 들면 IS 문제도 시리아가 본질적으로 분열된 데서 생겨난 문제거든요. 그러니까 문제는 이 한국 문제는 과거의 냉전시대 미소진영이 완전히 세계를 양분하고 있을 때와는 양상이 다르다는 거예요. 그리고 지금 이 세계는 이미 냉전구도를 벗어났고 우리가 주변 국가들에게 안심되는 형태로 잘 타협을 해가면서 이니셔티브로 자꾸 가면 주변에서는 오히려 박수를 칩니다.
◇ 정관용> 칠까요?
◆ 김용옥> 칩니다. 이건 왜 그러느냐 하면 그렇기 때문에 저는 최근에 사실 박근혜 대통령께서 예를 들면 70주년 열병식에도 가신 것을 저는 아주 훌륭한 처사라고, 아주 마음속 깊이. 그리고 그분이 아니면 그런 상황에 가 있을 수가 없어요. 예를 들면 노무현 대통령이 가 있었다. 그러면 그 다음날부터 하여튼.
◇ 정관용> 비판이 오겠죠.
◆ 김용옥> 짓밟아 죽일 사람들이 많았을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 역사의 하나의 전환이에요. 이게 냉전 구도를 근원적으로 붕괴시키는 하나의 이니셔티브를 가져간 행동이라고. 그러면 지금 이런 문제를 가지고도 뭐냐면 우리가 그렇다고 해서 지금 굉장히 뭐 박근혜 대통령께서 친중국적인 그런 것만 취하는 거냐. 그건 아니거든요. 우리 민족은 뭐냐 하면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미국이 예를 들면 중국 미사일들을 요격할 수 있는 뭘 이런 걸 설치하게 해 달라.
◇ 정관용> 사드 배치 같은 것?
◆ 김용옥> 네, 그런 것도 우리가 꼭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는 말이죠. 중국이 기본적으로는 중국을 안심시켜 가되 중국을 견제하는 그런 다원적 외교를 우리가 펼 수가 있는 거예요. 왜냐하면 나는 중국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맨날 사마천의 사기를 읽고 살고 13경을 맨날 읽고 사니까 내가 누구보다도 중국 통이죠. 그러나 과연 21세기에 있어서 중국이 우리가 중국을 잘, 어떤 의미에서는 훌륭한 사람들이 될 수 있도록 그들이 이 세계를 리드해 나가는 자격 있는 사람들이 될 수 있도록 도와드릴 게 있으면 도와줘야 하는 입장이란 말이에요. 그런데 그거는 중국이라는 나라가 아직은 그렇게 래셔널한, 아주 합리적으로 모든 세계를 판단하는 능력이 있다고만 우리가 전적으로 믿을 수가 없기 때문에.
◇ 정관용> 아직 그렇죠.
◆ 김용옥> 그렇기 때문에 이런 다원적 외교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기본은 우리가 중국을 안심시키지 않으면 남북통일은 이루어질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보다 과거보다는 더 친중국적인 외교가 필요하고 이 외교를 통해서 남북을 근접시켜야만 일본이 죽을 못 쓰게 됩니다. 독도 가지고 까불고 뭐하고 까불고 이런 함부로 된, 지금 일본 사람들은 후쿠시마 원전 이래로 일본 땅에서 살고 싶은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요. 그러면 이들은 만주국이라도 다시 만들고 싶고. 조선을 다시 먹고 싶은 겁니다. 이거 현실적인 문제예요. 지금 일본에 가서 얘기해 보면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지금 너무 모르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진짜 저도 하나의, 여러분들 다 애국자지만 애국하는 사람 입장에서 속이 타는 거예요. 그러니까 한 번 처먹은 사람이 두 번 처먹고 세 번 처먹고. 지금 벌써 세 번째 계획인가 그런데. 또 처먹고 싶지 않은 맛인데 안 처먹을 리가 없거든요. 그러니까 그들은 구체적인 영토적 욕심까지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고 거기에 대한 일말의 반성이 없는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일본을 과연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 대처할 길이 없습니다. 중국이라는 지렛대를 이용해야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해서 일본으로 하여금 근원적인 반성을 하게 한다. 왜냐하면 EU가 가능했던 것. 유럽의 통합이 가능했던 것은 브란트가 바르샤바에 갔을 때 정확하게 무릎을 꿇고. 그리고 그게 제스처가 아니라.
◇ 정관용> 독일의 반성.
◆ 김용옥> 독일을 그렇게 교육시키고, 우리가 정말 잘못했다 그러면서 세계인들에게 자기들이 잘못됐다는 것을 정확하게 보여줬기 때문에 폭스바겐 문제가 터졌을 때 정확하게 바로 반성하고 우리 정말 이건 죄송하다. 그러니까 이런 모든 문제가 일본의 반성이 없이는 우리 동아시아의 평화는 이루어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우리 동아시아 정치 자체가 저열하게 된다는 거예요.
◇ 정관용> 그렇죠.
◆ 김용옥> 그러니까 일본을 반성시켜야만 우리 문명 자체가 업그레이드된다는 거예요.
◇ 정관용> 정말 그렇게 했으면 정말 좋겠는데 지금 현실적으로 전개되는 양상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려고 일본을 자꾸 봐주는 모양새예요. 반성 같은 거 세게 요구하지 말고 일본이 선생님 표현대로 조선을 다시 또 먹으려고 하는 것일지도 모르는 집단적 자위권 같은 것 막 박수치자 그러고. 이러면서 미국, 일본이 한 편이 되면서 중국하고 경쟁하고 싸우는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처럼 보이거든요. 그 속에서 선생님은 중국과 가까이 지내면서 그러면서 또 중국을 견제하면서 그 힘으로 일본을 누르자. 이게 과연 가능하겠느냐.
◆ 김용옥> 바로 그러한 난제를 그러한 문제의식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폴리티컬 리더십, 정치적인 리더십의 역량이고. 그건 내가 얘기를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론, 방법론에 들어가면 그건 다양한 변수가 있습니다. 제가 그걸 다 제시할 수가 없잖아요. 그건 우리 정 선생님께서도 저보다 더 잘 아실 것이고. 그리고 이 청취자들은 더 잘 아실 텐데. 문제는 그러한 원칙을 가지고.
◇ 정관용> 원칙과 비전 아래에서?
◆ 김용옥> 비전을 가지고 일관되게 피땀을 흘려가면서 피를 토해가면서 그야말로 자기를 헌신하고 그러면서 줄다리기를 해야만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민족이 이렇게 안일하게 살아서야 되겠느냐. 그래서 역사를 반성하는 다른 이유도 바로 이러한 역사에 대한 반성 속에서 우리가 우리의 역량을 빨리 키워야 되겠다. 이런 생각이 저는 있는 거죠.
◇ 정관용> 그런 걸 앞장서 이끌어가야 되는 것이 정치적 리더십이다라고 하셨는데. 그런 시각에서 오늘날 우리의 정치적 리더십은 어떻게 보십니까? 정부여당은, 그다음에 야당은. 먼저 정부여당부터.
◆ 김용옥> 사실 전체를 제가 그들이 갖고 있는 정략이라든가 전체를 우리가 비판할 수는 없는 건데 구체적으로 다 잘 한 면도 있고 못 한 면도 있고 다 있을 텐데. 상당히 궁금한 거죠. 예를 들면 왜 최근에 교과서.
◇ 정관용> 국정화 문제.
◆ 김용옥> 국정교과서 문제 같은 것도 전혀 건드릴 것이 아닌 문제를 왜 저렇게 건드리시나 이런 것도 저로서는 상당히 감사한 상황이에요. 왜냐하면.
◇ 정관용> 감사해요?
◆ 김용옥> 감사하죠. 왜냐하면 국민들에게 역사의식을 일깨워주시니까. 그 고등학생들이 99.9%가 반대를 한다고 그러니까 우리는 국정교과서 싫다. 99.9% 본인들이 싫다고 그러는데 그걸 강제로 떠먹이시려고 하는 그 자상하심이 뭔가. 이런 것에 대해서 좀 저도 잘 모르겠다.
◇ 정관용> 모르겠다?
◆ 김용옥> 해석이 안 되니까요. 그래서 제가 심지어 그런 말까지 했지 않습니까? 예를 들면 그분의 아버님, 그런 것에 관한 평가가 미흡하다라고 역사를 보는 시각이 특히 현대사 시각이 그렇다고 한다면, 예를 들면 ‘제3공화국사’ 이런 과목을 따로 만들어서 그걸 대학입시과목의 주요과목으로 하면 100% 원하시는, 소기하시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나 대학교까지 그래도 나오신 대통령께서 이게 근원적으로 불가능한 프로젝트라는 것을 왜 모르실까. 그러니까 이런 것들이 제가 아무리 긍정적으로 좀 도와드리려고 해도 도와드릴 수 있는 묘안이 없는 거죠. 묘안이 안 나온다.
◇ 정관용> 궁극적으로 불가능한 프로젝트다.
◆ 김용옥> 불가능한 거죠. 그건, 역사라는 것은 우선 사가가 쓰는 것이고 그 사가라고 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역사에 대한 해석을 포섭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어야 하고. 그런 분들을 지금 자유로운 분위기에서는 고를 수도 없고. 그러면 그거는 뭐냐 하면 무슨 이슬람스테이트에서 만든 선전문구 교과서밖에는 안 되는 거죠. 그렇게 되면 그건 역사가 될 수가 없죠. 그러니까 우선 집필이 불가능할 것이고 집필했다고 그래도 계속 부정적인 논의만 생산될 것인데 그것이 총선, 대선을 앞두고 유리할 건덕지가 없다.
◇ 정관용> 글쎄, 많은 정치 분석가들도 이건 총선, 대선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 같지 않다. 왜 할까요? 왜?
◆ 김용옥> 그런데. 대통령 본인께서는 ‘우리 민족의 혼이 병들었다’ 이런 표현까지 쓰시니까. 그러니까 이게 내가 봐도 백이, 혼백에서 백이라는 것이 사실 물리적인 백이 병들었다는 말이 있었는데 내가 이 몇 만 년의 역사를 다 살았어도, 학문적으로. 혼이 병들었다는 말은 내가 들어본 적이 없는데. 그런 표현까지 쓰실 정도면 우리 대통령께서 정말 국민의 혼의 병을 너무 과도하게 걱정하고 계신 것이 아닌가. 이거는 하여튼 해석이 안 된다. 해석이 안 된다. 그리고 이제 야당에 대한. 너무 여당 얘기만 하네요.
◇ 정관용> 대안적 리더십으로서 야당을 좀 평가해 보시면?
◆ 김용옥> 예를 들면 말이죠. 저는 잘 모르겠지만 에머슨이라는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에머슨이라는 사람이 역사라는 것은 그저 Nothing but biographies 이런 말을 쓰는데 역사라는 것은 단지 전기일 뿐이다. 인간들의 전기예요, 사실 알고 보면. 그러니까 인간을 도외시하고는 얘기할 수 없는데 예를 들면 지금 우리 야당에는 이념이나 뭔가 역사를 바라보는 이런 이념이라든가 정강정책이 없고 우상화된 사람만 있다는 거죠. 이런 얘기가 무슨 얘기냐 하면 우리나라의 소위 야당 계열의 핵심적인 사람들이 김대중 어른과 노무현 대통령. 이 두 분에 대한. 우상화된 이미지 속에 모든 팩션을 분파주의라든가 당파주의 이런 것이 지금 이 야당 분열의 가장 근원적인 문제예요. 그렇기 때문에 김대중, 노무현의 역사에서 빨리 벗어나라, 이거예요. 거기에 대한 그분들의 평가라든가 이런 것은 역사에다 이미 맡겨놓고 우리가 거기에서 벗어나서 이제는 야당이 정말 무엇을 해야 될 것인가 하는 것을 그 초당파적으로 자기들의 어떤 목전의 이익에 구애되지 말고 이 공동의 미래를 우리가 어떻게 건설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향해서 지금 준비를 해야 된다. 그리고 선거라는 것은 3개월 노름이에요. 대선 직전에, 3개월 안에 다 결정되는 거거든요. 그 전에는 그저 준비 작업에 불과해요. 지금부터.
◇ 정관용> 들뜨거나 패배주의 다 필요없군요.
◆ 김용옥> 필요 없어요. 아무 것도 필요 없어요. 마지막 3개월에 그 민족적 거대 스테이지. 우리 민족이, 우리나라가 쇼를 좋아하고 이러는데 우리 민족이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가 대선 드라마거든요. 한 3개월 해요. 그러니까 그때 다 보기 좋아하고 관심을 가지고 덤벼들어요. 그러면 그때 누가 기선을 제압하느냐인데 그걸 하려면 지금 자신들의 개인적인 욕망이라든가 분파라든가 뭐 노무현, 김대중 다 잊어버리고 이제는 뭐냐 하면 뜻이 있는 사람들이 이 대의를 향해서 얼마나 여당 국회의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수 높은, 어떠한, 현실적으로 불리하다고 할지라도 그러한 고매한 이상을.
◇ 정관용> 올바른 얘기를 하느냐.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느냐.
◆ 김용옥> 얘기하고 그것을 고수해 나가는 것과 그럼에 따른 희생. 그런 것을 얘기할 때 따르는 희생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해야만 그 3개월 게임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 정관용> 이제 마무리를 지어야 되겠는데 우리 옛 역사는 고구려 패러다임으로 가슴을 뛰게 합니다만 참 수백 년 그렇지 못한 역사를 또 살아왔고 게다가 현실 현대사는 더더욱 우리에게 아픔을 많이 주어서 지금 하나하나의 과제가 너무 어려운 과제 속에 있는데. 이걸 헤쳐 나갈 리더십은 안 보이고.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 김용옥> 눈물이 나와요.
◇ 정관용> 그러다 보니까 요즘 젊은이들이 ‘헬조선’이니 이런 말까지 쓰는데 자. 선생님은 긍정주의자이십니까, 부정주의자이십니까? 잘 될까요?
◆ 김용옥> 제가 최근에 한국예술종합학교, 한예종이라고 하는, 거기 연극원에서 예술철학이라는 강의를 한 학기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너무 충격을 받았어요. 애들이 너무 우수해요. 그리고 중국에서는 내가 강의를 해서 리포트를 써 받아보면 내가 강의한 내용이 없어요. 그냥 기존의 무슨 마오쩌둥 어록에서 베꼈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기존의 내 강의하고 전혀 무관한 얘기들을 실어다 근사하게 리포트를 내요. 그런데 그걸 내 강의는 내가 했으니까 내 말만 적어내라. 그걸 훈련시키는 것을 엄청 했어요. 그냥 딕테이션하는 거.
◇ 정관용> 그런데 그것도 안 된다?
◆ 김용옥> 그것도 어렵다. 그런데 한예종 학생들은 내가 말한 것을 나보다 더 정확하게 파악해서 한 20명이 들었는데 거기는 교실이 크지를 않아요. 그런데 20여명이 들었는데 한 명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단 말이에요. 그러면서 내가 거기에서 얘기를 하면서 보면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아무리 헬조선을 얘기해도 우리 때보다 더 우수하다, 이거예요. 더 낫다. 세계를 더 정확하게 보고 있고 가치관이 더 올바르고. 나는 이번에 내가 한예종에서 한 학기 강의를 하면서 우리 민족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됐습니다.
◇ 정관용> 희망을 가져도 된다?
◆ 김용옥> 희망을 가졌어요. 그리고 지금 단지 80년대나 7, 80년대 내가 고려대학교에서 강의를 할 때는 그냥 한 마디 하면 애들이 와. 길거리 나가서 데모하고 그랬지만 지금 애들은 그런 게 없잖아요. 그런데 이런 시기가 필요하다는 거죠. 우리는 기나긴 학생 운동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고 그런데 이 1세기 동안에 집요한 학생운동의 역사가 왜 갑자기 사라졌느냐. 절대 사라지지 않았다. 이들은 판단을 정확하게 하고 있고 세상을 정확하게 꼬나보고 있다. 그래서 저는 우리 한국 역사에 대해서 무한한 긍정을 하고 우리가 희망이 있다고 생각을 해요. 지금 학부형께서도 절대 자기들의 자녀를 구박하거나 아, 너희들은 왕년에 우리가 어땠는데. 이런 개구라는 피하셔라.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래요. 그 젊은이들한테 특히 또 선생님의 고구려 패러다임 같은 기백이 불어넣어진다면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해서 진짜 다시 옛날 중심 고구려, 그런 세계사를 만들어낼 수도 있겠네요.
◆ 김용옥> 그러니까 여당에서 오판하지 말라는 거죠. 젊은이들이 사일런트하다고 해서 그들의 사일런트 매저리티가 여당의 텃밭이라고 대부분 지금 박수치고 살아요. 그런데 그건 여당의 텃밭이 아니라 우리 역사의 진리의 진전입니다. 진리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서 소리가 없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누가 뒤엎어질 건지 그건 본인 스스로 판단하시라. 이런 얘기죠.
◇ 정관용> 이틀에 걸쳐서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 김용옥> 아이고, 감사합니다. 이렇게 저로 하여금 재미있게 말을 할 수 있도록 해 주시는 천재적인 그런 표정과 언변에 놀랐습니다. 감사합니다.
◇ 정관용> 감사드립니다. 고구려 패러다임에 대해서 우리 모두 다시 한 번 생각을 해 보고 우리의 현실, 우리의 미래, 고민을 서로 나누었으면 하는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도올 김용옥 선생님 말씀 들었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김용옥>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