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꼼수에…피로와도 싸우는 '김인식호'

"피곤해요. 피곤해." 일본의 꼼수에 피로와도 싸우는 대표팀. (윤성호 기자)
18일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 오전 11시30분쯤 입국 게이트에 한국 야구 대표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선수들은 잠을 못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나 같이 "피곤하다"고 투덜거리며 버스로 이동했다. 일본 입국 인터뷰에 응한 김인식 감독도 공항 의자에 안자마자 "피곤하다"라는 말을 첫 마디로 던졌다.


17일 쿠바와 8강전을 마친 한국은 당초 18일 오후 4시 비행기를 통해 일본에 입국할 예정이었다. 4강전이 20일로 예정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본의 꼼수에 일정이 꼬였다.

당초 일정대로라면 한국과 일본은 20일 4강전을 치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본은 21일 결승전에 앞서 하루라도 쉬기 위해 20일 예정이었던 4강전을 19일로 앞당겼다. 대신 미국과 멕시코의 4강전이 20일로 하루 미뤄졌다.

덕분에 한국은 오전 7시30분 비행기에 올라야했다.

쿠바와 8강전이 끝난 뒤 선수들이 트레이너에게 치료를 받고 잠에 든 시간은 18일 새벽 2시. 4시30분에 호텔에서 출발해야 하는 선수들은 고작 2시간만 자고 짐을 싸 공항으로 이동해야 했다. 당연히 피곤할 수밖에 없었다.

이대호는 "힘들다. 피곤하다"는 말을 반복한 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새벽 4시에 이동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하소연했다.

물론 선택은 가능했다. 예정대로 오후 4시 비행기를 타도 상관은 없었다. 하지만 19일 4강전이 치러지는 만큼 도쿄돔에 대한 적응이 필요했다. 삿포로돔에서 훈련 한 번 못한 채 완패한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김인식 감독도 "도쿄돔에 대해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은 1시간 정도만 휴식을 취하고, 다시 도쿄돔으로 향했다. 오후 4시 시작된 훈련은 5시30분쯤 끝났다.

게다가 비행기 좌석마저 한국을 괴롭혔다. 한국 선수단에 배정된 비즈니스석은 고작 5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이코노미석에 앉아왔다. 덩치 큰 선수들에게는 고역이었다. 그나마 비상구석에 앉은 선수들은 다행이었다.

김현수는 "가운데 좌석에서도 한 가운데 앉았다. 양 옆에는 모르는 사람이었다. 움직일 수도 없었다"고 말했고, 황재균도 차렷 자세를 취하면서 "이 자세로 왔다. 나는 괜찮은데 조상우는 엉덩이가 끼는 것 같았다"고 멋쩍게 웃었다.

일본의 꼼수에 피로와도 싸워야 하는 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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