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는 18일 성명을 통해 "민중총궐기대회 시위 중 경찰의 물대포 직사에 쓰러진 한 농민이 뇌수술을 받고 사경을 헤매고 있다. 이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경찰의 규정 준수 여부와 과잉 대응이 도마에 올라 시민사회는 물론 정치권까지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고 있다"며 "하지만 경찰은 책임 있는 사과와 조사, 책임자 문책은커녕 기자들을 불러 허공에 물을 뿌려대며 살수차 시연회를 개최하거나 전담팀을 급히 구성해 주최 단체에 대한 수사와 검거에만 열을 올리며 '공안몰이'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편 공영방송들은 애써 이 문제를 외면하거나 정부 경찰편에서 시위 참여자들의 폭력성만을 부각시키고 있다"며 "CBS 뉴스쇼는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알리기 위해 당일 큰 부상을 당한 백 모 씨를 부축했던 농민 A씨와 인터뷰를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CBS 보도에 따르면 지난 17일 서울경찰청 보안수사대 소속 경찰이 뉴스쇼 제작진에 전화를 걸어 "그 사람이 진짜 목격자 맞느냐"며 취재원에 대한 정보를 요구했다.
제작진이 "당사자 동의 없이 인터뷰 대상자의 정보를 알려줄 수 없다"고 답하자 경찰은 "직접 방송사로 찾아갈 테니 당사자를 만나게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보안 경찰은 "일베 같은 사람들이 계속 연락해 A씨를 조사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 직제와 법률에 따르면 보안수사대는 '간첩 등 보안사범에 대한 수사' '보안 관련 정보의 수집·분석 및 관리'를 주된 업무로 하고 있다.
언론노조는 "대한민국 보안경찰이 일베의 요구에 따라 움직이고 수사한다는 말인가"라며 "집회시위 과정에서의 위법성을 조사하는 일에 간첩 잡는 보안수사대까지 동원된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서울경찰청 보안부 간부들은 이 같은 사실에 대한 질문에 '전방위적으로 내사를 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 같다'고 답했다. 14일 집회 관련자들을 색출·검거하기 위해 보안수사역량까지 총동원돼 전방위적 내사에 착수했음을 인정한 것"이라며 "이처럼 대대적인 공안 몰이를 위해 경찰은 지상파 방송사까지 사찰하고 언론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언론노조는 "14일 집회에서는 시위 참여자들과 경찰뿐만 아니라 언론사 취재진 다수도 경찰의 물대포 직사에 부상을 입거나 카메라등 취재장비가 파손됐다. 경찰은 광화문 일대 곳곳에서 고의적으로 언론의 취재를 방해했고, 물대포와 캡사이신은 취재진을 따라다니며 조준 발사됐다. 국민의 안전도, 알권리도 물대포 앞에 쓰러졌다"며 "하지만 언론노동자들은 그날 경찰의 끊임없는 취재방해에도 불구하고, 오직 진실을 기록하기 위해 경찰의 과잉 진압 현장을 모두 카메라에 담았다. 그 기록들은 당일 집회시위 및 진압, 부상 과정의 진상을 밝히는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불법적 언론 사찰로 언론의 독립성과 국민의 알권리를 가로막은 강신명 경찰청장과 구은수 서울청장은 당장 CBS 뉴스쇼 제작진과 언론노동자들에게 사과하라. 보안수사대 책임자와 해당 보안경찰을 엄중히 처벌하라"며 "보안경찰이 방송사를 겁박하고 정권이 아무리 언론을 통제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로막으려 한다 해도 진실을 기록해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언론노동자들의 노력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