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는 18일 2016년 FA 자격 선수 24명 명단을 공시했다. 오재원, 고영민, 김현수(이상 두산), 박석민, 이승엽(이상 삼성), 마정길, 손승락, 유한준, 이택근(이상 넥센), 윤길현, 정우람, 채병용, 정상호, 박재상, 박정권, 박진만(이상 SK), 조인성, 김태균(이상 한화), 이범호(KIA), 송승준, 심수창(이상 롯데), 이동현(LG), 김상현, 장성호(이상 케이티) 등 총 24명이다.
최대어로 꼽히는 김현수을 비롯해 박석민, 유한준, 박정권 등 굵직한 타자들이 즐비하다. 여기에 이승엽, 김태균, 이범호 등 재취득 선수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투수 중에는 정우람(SK)과 손승락(넥센) 등 특급 마무리들이 있다. 여기에 윤길현, 이동현 등 수준급 계투진도 있다. 선발 중에는 송승준이 눈에 띈다.
▲김현수, 28살 창창한 나이와 탈 KBO 실력
이들 중 '100억 시대'를 열어젖힐 후보로는 김현수가 꼽힌다. 28살의 나이로 향후 5년 이상 전성기가 보장되는 데다 이미 국내 최정상급 타자이기 때문이다.
김현수는 10시즌( 주전급으로는 9시즌) 통산 1131경기 타율 3할1푼8리 1294안타 142홈런 771타점을 기록했다. 2008년 타격(3할5푼7리), 09년까지 2년 연속 최다안타(168개, 172개) 타이틀을 차지했다. 올해도 타율 3할2푼6리(10위) 28홈런(7위) 121타점(6위)을 올렸다. 정확성은 물론 가장 큰 잠실을 홈으로 쓰면서도 30홈런 가까이 때려내는 장타력을 갖췄다.
하지만 김현수는 MLB의 뜨거운 구애를 받고 있다. KBO 리그에서 보인 견실한 타격과 수비는 올림픽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물론 현재 진행 중인 프리미어12 등 국제대회에서도 유효하다. MLB 스카우트들은 국내외 무대에서 김현수를 점검 중이며 미국 현지에서도 MLB 성공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그렇다면 두산은 100억 원 이상은 줘야 MLB와 경쟁에서 승산이 있다. 김현수는 완전 FA인 만큼 MLB 구단들이 박병호(넥센)처럼 포스팅 비용, 즉 이적료를 주지 않고도 데려갈 수 있다. 그만큼 돈을 더 얹어줄 수 있다. 그렇다면 두산은 사상 최초 100억 원의 사나이라는 타이틀과 신고선수였던 김현수를 최고 스타로 키워준 은혜에 어필할 수밖에 없다.
▲가파른 FA 물가 상승률에도 김현수가 아니면 글쎄?
FA 물가 상승률로만 따지면 100억 사나이는 충분히 나올 만하다. 2013시즌 뒤 당시 역대 최고액을 찍었던 강민호(롯데)의 몸값은 4년 75억 원이었다. 2005년 삼성과 4년 60억 원에 계약한 심정수(은퇴)의 최고액을 훌쩍 넘었다.
또 그해에는 정근우가 70억 원, 이용규(이상 한화)가 67억 원, 장원삼(삼성)이 60억 원 등 심정수 이상의 대박이 잇따라 터졌다. 2014 FA 시장은 무려 523억 원의 돈이 뿌려졌다.
최고액으로만 보면 60억→75억→90억 원으로 15억 원씩 껑충 뛰었다. 이런 추이라면 올 시즌 FA시장에서는 최고액은 105억 원 정도가 된다. 김현수라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하지만 김현수가 만약 MLB로 떠난다면 사실상 100억 원 시대는 다음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올해 FA로 풀리는 선수들도 대어들이 많지만 김현수만큼의 성적과 나이의 경쟁력을 갖춘 인물이 드물다.
박석민(30)도 걸출한 FA지만 상대적으로 나이가 조금 많고, 성적도 살짝 처진다. 여기에 삼성은 최근 윤성환과 지난해 65억 원 FA 대박을 터뜨린 안지만이 도박 스캔들에 연루돼 주목을 받을 만한 베팅을 하기는 쉽지 않다. 최고액은 가능할 수 있으나 100억 원은 심리적 저항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과연 올 시즌 스토브리그에서 100억 원 시대를 열어젖힐 선수가 나올 수 있을까. 과연 김현수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