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부터 재건축 '물량 폭탄'…주거환경 갈수록 열악

2025년에 국내 아파트 거주자 10%는 40년 이상 낡은 집에서 생활

(자료 사진)
앞으로 7년 뒤인 오는 2022년부터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엄청난 변화가 시작된다. 부동산 투기열풍과 함께 80년대 건설됐던 공동주택이 재건축이 가능한 노후·불량주택으로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재건축 연한을 채운 주택이 연간 10~15만 가구 정도가 발생했지만 이때부터는 연간 45만 가구가 넘는다. 특히, 서울 보다는 지방에서 재건축 대상 물량이 급증할 전망이다.

문제는 국내 주택공급시장이 지역, 계층별로 양극화되면서 재건축 사업도 양극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노후·불량주택에 대한 재건축 사업이 방치될 경우 우리나라의 주건 환경이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국민들의 삶의 질도 크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 재건축 대상 물량 ‘폭탄’ 쏟아진다…8~90년대 투기 붐 후유증

국토교통부는 2014년 9월 1일 발표한 ‘규제합리화를 통한 주택시장 활력회복과 서민 주거안정 강화방안‘을 통해, 재건축 가능 시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10년 단축했다.

이 조치로 87년에 준공된 공동주택 12만2천 가구가 우선 당장 2017년부터 재건축이 가능해졌다.

또한, 88년 18만6천 가구, 89년 19만4천 가구, 90년 23만3천 가구, 91년 34만6천 가구도 준공 30년이 되는 해부터 안전진단을 통해 재건축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 정도의 재건축 가능 물량은 소규모에 불과하다. 92년 이후 아파트 광풍이 불면서 준공물량이 급격하게 늘어나 92년 48만4천 가구, 93년 47만5천 가구, 94년 500만 가구, 95년 49만6천 가구가 준공됐다.

이들 공동주택은 재건축 가능연한이 30년으로 앞당겨지면서 불과 7년 후인 오는 2022년부터 연차적으로 재건축이 가능해진다. 물량폭탄이 쏟아진다는 얘기다.

◇ 아파트 재건축 사업 지지부진…사업성 결여, 건설사업자 기피

문제는 이처럼 재건축 가능한 공동주택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재건축 시장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안전진단을 받아 재건축 정비사업이 추진되는 곳은 수도권 286개, 지방 253개 등 모두 539개 구역이다.

하지만 이들 재건축사업 가운데 60%인 324개 구역은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추진위원회와 조합설립 단계에 머물러 있다.

통상 재건축사업은 6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먼저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조합’을 설립하고 ‘사업인가’와 ‘관리처분’을 거쳐 ‘착공’하게 된다.

추진위 구성에서 관리처분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9~10년 정도가 걸린다.


이를 감안하면, 추진위와 조합을 설립했다는 것은 재건축사업을 시작한 지 4~5년이 지난 초·중반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4년 이상이 지났는데도 조합 설립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은 사업성이 떨어져 추진동력이 약해지고, 추진 주체와 시공사 간의 갈등, 찬반 주민들의 마찰 등이 가장 큰 원인이다.

연간 재건축 신규 물량이 10만 가구에 불과한 지금도 사업성 부족 등으로 재건축사업이 지지부진하다는 의미다.

◇ 재건축 시장 양극화, 주거환경 개선 대책 서둘러야

그런데 앞으로 해마다 45만 가구 이상의 신규 재건축 물량이 쏟아져 나올 경우 재건축 시장은 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은 지난 92년 이후 준공물량이 연간 8~9만 가구로 오는 2022년부터 재건축 물량이 시장에 나와도 충분히 수용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방은 이미 주택시장이 과잉 공급된 상황에서 재건축 물량을 소화하기가 어렵다는 전망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서울은 올해도 재건축 사업승인 물량이 6만 가구가 넘었다”며 “앞으로도 재건축 가능 물량이 해마다 6만에서 8만 가구 정도면 재건축시장의 수용 능력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함 센터장은 그러나 “지방은 주택의 과잉공급 현상이 나타나면서 현재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상승도 없다”며 “재건축 가능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더더욱 소화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이는 우리나라 재건축 시장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의미다.

국토부는 현재 아파트 공급 물량을 감안하면 오는 2025년에 국내 아파트 재고물량은 1,100만 가구에 달하고 이 가운데 30년 이상 된 아파트가 25%인 280만 가구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 재건축이 가능한 아파트는 최대 150만 가구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머지 130만 가구의 주민들은 재건축을 하지 못하고 최소 40년이 넘은 낡은 아파트에서 그대로 생활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과거와 같은 개발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인데다 재건축, 재개발 규제가 여전히 남아있어 주거환경은 갈수록 나빠지고 주택시장의 선순환 구조 또한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재개발,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려는 목적도 주거환경 개선이다”며 “이제는 재건축 사업이 이익을 내기 보다는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춰 추진돼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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