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개입설 등 각종 기획설이 난무하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특정 후보의 과거 이력을 들추는 사설정보지, 소위 찌라시까지 등장하는 등 물밑 네거티브 선거전까지 펼쳐지고 있다.
◇ TK는 지금 眞朴(진박).假朴(가박) 전쟁 중
"국민을 위해서 진실한 사람들 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10일 국무회의 발언 이후 TK 지역에서는 진박.가박 논란이 한창이다.
진박.가박 논란을 적극적으로 띄우는 쪽은 내년 20대 총선에서 TK 지역 현역 의원들을 제치고 공천을 받기를 희망하는 도전자들이다.
이들은 유 전 원내대표와 친분이 두터운 의원들, 또는 원내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지 않은 의원들을 '가박'으로 규정하고 있다.
유 전 원내대표는 물론이고 그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류성걸, 권은희, 김희국 의원, 그리고 박 대통령의 지역구를 물려받은 이종진 의원 등이 가박이라고 비판받고 있다.
대신 현 정권에서 청와대, 혹은 정부에 몸담은 경험이 있거나, 박 대통령과 오래전부터 교류해온 자신들이 '진박'이라고 주장하며 가박들을 심판해야 한다고 벼르고 있다.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을 필두로,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 전광삼 전 청와대 춘추관장,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 등이 진박이라고 분류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런데 문제는 진박.가박 논란이 고조되면서 총선을 5개월여 앞두고 벌써부터 TK 지역 공천경쟁이 혼탁.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대구 동구을 출마 예정인 이 전 동구청장이 유 전 원내대표를 가박으로 규정하며 정면 비판하고, 유 전 원내대표가 허위사실로 비방한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은 약과에 속한다.
이보다 청와대 개입설을 비롯해 각종 기획설이 비공식 채널을 통해 은밀하게 유포되며 진박.가박 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여의도 정가에서는 친박계 핵심의원으로 분류되는 A 의원이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진박들의 출마 지역을 정해주고 있다는 미확인 정보가 빠르게 확산됐다.
A 의원이 다른 지역에 출마를 고심하고 있던 B 씨를 유 전 원내대표와 친분이 깊은 TK 지역 모 의원의 지역구에 출마하라고 요구했다는게 해당 기획설의 핵심이다.
또, A 의원에게 청와대의 메시지를 전달한 청와대 관계자, 그리고 그 뒤에는 이를 총괄하는 현 여권의 핵심인사도 등장한다. 현재 A 의원이 작성했다는 TK 지역 공천안까지 빠르게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기획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TK 지역 현역 의원의 과거 이력을 들춰내는 찌라시까지 여의도 정가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찌라시에 등장하는 의원은 사실무근이거나 과장된 내용이 빠르게 유포되고, 이것이 마치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하소연할 방법조차 없는 형편이다.
◇ 眞朴.假朴 논란 '국정운영 발목 잡을 것'
이처럼 진박.가박 논란으로 인해 TK 지역 공천경쟁이 벌써부터 과열.혼탁 양상을 띄면서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행여나 TK 지역에서 친박계가 주장하는 현역의원 컷오프나 전략공천이 실시되면 현역 의원들의 탈당 등 반발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경선이 치러지더라도 박심(朴心) 논란이 가중되면서 네거티브 선거전이 치열해지고 경선이 끝나도 본인이나 지지층의 반복과 대립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내년 20대 총선이 끝난 이후라는 지적도 나온다. 새누리당의 텃밭에서 벌어지는 박 대통령 진영과 유 전 원내대표, 또는 비박 진영의 대결은 결국 국정운영의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다.
박심을 등에업고 새로 원내에 진입하는 진박, 그리고 진박과의 경쟁에서 승리해 원내에 재진입하는 현역 의원들간 감정싸움이 격화되면서 국정운영에 발목을 잡을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텃밭에서 일정부분 물갈이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지금처럼 우르르 몰려와서 박 대통령의 이름을 팔며서 진박이네 가박이네 싸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이는 박 대통령을 돕는게 아니라 오히려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