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해고를 자행한 사측과, 이에 맞서는 노동조합의 치열한 싸움을 사실적으로 그린 JTBC 드라마 '송곳'은 그 해법으로 '연대'를 내놓고 있다.
지난 15일 방영된 송곳 8회에서는 푸르미마트 측의 방해공작에 흔들리고, 다시 단결 의지를 다지는 노조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사측은 조합원들이 노조 조끼를 입고 업무에 임하자, 활동을 이어가지 못하도록 마트 출입을 금지시키는 등 집요한 방해공작을 펼쳤다. 급기야 사측은 조합원들의 월급을 반토막 내는 극단의 조치를 취했다.
이로 인해 조합원 11명이 빠져나가면서 노조는 운영에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될 위기에 처한다.
탈퇴하지 않고 남은 조합원들은 떠난 이들을 원망하며 그들의 재가입을 허락하지 말자는 의견을 내는 등 내분의 조짐까지 나타난다.
이를 지켜보던 푸르미마트 노조 사무장 이수인(지현우)은 "나가실 분들은 가셔도 된다. (먼저 노조를 탈퇴한) 그분들은 우리와 함께 싸우다 우리보다 먼저 쓰러진 것 뿐"이라며 "저는 부상당한 동료를 비난하고 싶지 않다"고 속마음을 내비친다.
◇ 우리는 누구나 껍데기 뚫고 나오는 송곳의 씨앗 품고 있어
사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부장 정민철(김희원)이 조합원들과 마찰을 빚는 과정에서 벽에 머리를 박는 자해를 하면서 영실이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를 찾은 것이다.
수인은 경찰서로 향하는 영실을 차로 데려다 준다. 이 과정에서 영실은 "푸르미마트는 내 푸념을 들어주는 가족과 같다"며 눈물을 흘린다.
이러한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수인은, 영실이 조사를 마치고 경찰서를 나설 때까지 기다리며 조합원에 대한 끈끈한 정을 드러낸다.
한편 송곳 8회에서는 사측 입장에서 조합원 탄압에 앞장서고 있는 부장 정민철의 과거사도 다뤄졌다.
극중 정민철은 푸르미마트 인사상무(정원중)의 전화를 공손히 받는다. "넌 직원 관리를 어떻게 했길래 과장새끼 하나 땜에 이 난리를 치냐. 너 이거 해결 못하면 니가 다 뒤집어 쓴다"는 인사상무의 질타에, 민철은 진땀을 흘리며 연신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반복한다.
과거 회상신을 통해 민철은 윗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점이 드러난다.
매장 내 식품 재사용 탓에 불거진 위생 문제를 접대로 해결한 뒤, 프랑스 출신 점장 갸스통에게 "코리안 스타일"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던 민철의 모습과 겹쳐지는 대목이다.
"비겁하고 무력해 보이는 껍데기를 자꾸 흔들고 압박하면 분명히 하나쯤은 뚫고 나온다… 그런 송곳 같은 인간이"라는 극중 대사는 드라마 송곳을 관통하는 메시지를 품고 있다.
이 대사에서처럼 송곳은 결국 부조리의 껍데기를 뚫고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게 존재를 드러낸 송곳들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먼발치에 있는 슈퍼히어로가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나와 옆 사람이 공통으로 겪는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공감하면서, 아픔을 주는 대상에 함께 맞서는 나 자신이자 이웃이다. 결국 우리는 누구나 송곳이 될 씨앗을 품고 있다는 말이리라.
반환점을 돌아 본격적으로 연대의 가치를 전하게 될 드라마 송곳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이 지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