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친박(親朴·친박근혜)계발(發) 대구·경북(TK) '물갈이론(論)'이 점화되자, 비박(非朴·비박근혜)계에선 '친박 험지 차출론'으로 맞불을 놓고 있는 형국이다.
박근혜 정부 전·현직 장·차관과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관료들이 중심이 돼 전략 공천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감지되자, 현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원내 비박 의원들이 "텃밭으로 와 쉬운 승부를 하지 말고 야당 의원들이 버티고 있는 '험지'로 나가라"며 반박하고 있다.
마침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장외(場外) 이슈'로 전환되면서 여당 내부에는 국회의원들의 최고 관심사인 총선 관련 논의가 오갈 공간이 열리고 있다.
◇ "총선기획단 곧 출범"…선거구획정 협상과 병행, '투트랙' 총선 대비
'조기 총선체제' 요구는 친박 측에서 먼저 제기됐다. 친박계인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야당과의 선거구 획정 협상이 공전을 거듭하는 와중에 "선거구 획정 협상이 오는 12월 15일 총선 예비후보 등록에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선거구획정은 그것대로 협상하면서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당내 후보들의 고충은 별도로 챙기겠다는 얘기다.
친박 입장에선 내각의 관료들과 청와대 참모 중 상당수가 당내 경선에서 현역 의원들과 맞붙어야 하는 상황이어서 이들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에 고심할 수밖에 없다.
한 친박 의원은 "우리가 공천 룰을 만들어서 후보를 공천하면 야당도 총선 구도로 편입될 수밖에 없다"며 "공천 룰을 결정할 당내 특별기구 위원장 선임에 대해 최고위원회에서 논의할 것"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를 비롯해 당내 비박계는 호흡을 길게 가져가려 한다. 급하게 논의를 서둘러 친박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관철되는 것을 경계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김 대표 측근인 한 의원은 15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특별기구 논의는 급할 것이 없다"며 "다만 실무 수준의 총선 논의를 안 할 수 없기 때문에 다음달 초쯤 총선기획단을 띄울 계획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야당과는 선거구획정, 당내 친박과는 공천 룰을 놓고 각각 갈등이 예정돼 있지만, 민감한 것은 최대한 뒤로 미루면서 총선 공약 등 이견이 없는 항목부터 준비하겠다는 취지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총선기획단 중에서도 정책 개발단을 먼저 구성할 계획"이라며 "공천 룰 문제에서도 계파 간 큰 이견이 없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급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 '충선 룰' 신경전…친박 "전략공천, 컷오프 필요" VS 비박 "염치없는 소리"
하지만 물밑에선 총선 공천에 대한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전선은 전략 공천 여부와 현역의원 컷오프(cut off·예비 경선) 등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친박은 후보들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총선 승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우선추천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론조사 결과 등을 참작해 추천 신청자들의 경쟁력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한 지역'이라는 당헌·당규를 적극적으로 해석해, 사회적으로 인지도가 높고 명망도 뛰어난 인재를 영입하면 우선추전제 형식으로 국회 입성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현역 의원을 경선에서 제외시키는 '컷오프'에 이은 전략공천을 원하고 있다.
이에대해 비박계는 '친박 험지 차출론'을 주장하며 날을 세우고 있다.
정 의원은 블로그에 게재한 글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진실한 사람이 선택되게 해달라"고 한 발언을 패러디해 '진실된 사람 정치'라는 제목의 글로 친박계를 비꼬았다.
그는 "(친박들이) 전략 공천이니 'TK 물갈이'니 하며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며 "부귀영화를 누리던 사람들이 다시 국회의원으로 '임명'돼 부귀영화를 다시 누리려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출마를 준비 중인 관료 출신 친박계 인사들도 나름의 고충을 털어놓고 있다. 선거구획정이 되지 않아 예비 후보 등록을 예정대로 할 수 있는지조차 불확실한 상황에서 현역 의원들과 경선은 너무도 과한 '불공정 경쟁'이라는 주장이다.
대구 출마를 검토 중인 한 친박 인사는 정 의원의 발언을 겨냥해 "우리가 특혜나 누리려 하는 사람들인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TK에서 공천받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줄 (수도권에선) 잘 모르고 있다"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