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식 잃고 쓰러진 노인에게 자비란 없었다
14일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영상 등에 따르면, 이날 저녁 7시쯤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한 농민 백모(69)씨는 경찰이 쏜 캡사이신 물대포에 조준 사격을 받고 쓰러졌다.
백씨는 물대포를 맞고 쓰러지면서 머리를 땅에 심하게 부딪쳐 의식을 잃었다.
이 과정에서도 경찰의 캡사이신 물대포 난사는 계속됐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지 16분여 만에 119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해 인근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종로소방서 측은 "출동 당시 의식이 없었다"며 "현재 추가적으로 상태를 확인중"이라고 했다.
보성군 농민회 관계자는 "백씨가 위독해 의사가 가족을 부르라고 했다"며 "현재 고향에서 딸이 상경중"이라고 설명했다.
백씨는 전남 보성군 농민회 소속 회원 120여 명과 함께 이날 집회에 참석했다가 사고를 당했다.
◇ 시위대 밧줄로 차벽 들어내…경찰, 캡사이신 물대포에 소화기까지 동원
앞서 이날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서 집회를 마친 4만여 명(경찰 추산) 시위대는 오후 5시쯤부터 광화문을 향해 진출을 시도했다.
시위대는 경찰 차벽을 예상한 듯 나열된 경찰버스를 걷어내기 위해 밧줄까지 준비했다.
이에 맞서 250개 부대, 2만여명의 인력을 투입한 경찰은 캡사이신 물대포, 소화기 등을 동원해 시위대를 저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교보문고 인근에서는 소화기도 등장했다.
경찰의 차벽에 막힌 일부 시위대는 차벽에 향해 보도블럭을 던졌으며, 경찰은 물대포와 소화기 등을 살포했다.
안국 사거리에서도, 대학로에서 사전 집회를 마치고 시청광장으로 합류하려던 6000여 명(경찰 추산) 참가자들이 경찰과 충돌했다.
밤이 깊어지자 일부 시위대들은 이순신 동상 앞에서 촛불을 켠 채 집회를 시작했다.
집회 시위 참가자에 대한 경찰의 연행도 이어져서, 오후 10시 현재 모두 26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시위대 26명을 공무집행방해와 공용물건손상 등의 혐의로 연행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고등학생 등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노총 측은 "강동서 2명, 수서서 2명, 혜화서 1명, 경찰버스 내 억류 3명 등 다수의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에 연행됐다"며 "이 중에는 고등학생도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53개 시민사회단체와 333개 지역단체로 구성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이날 오후 1시부터 서울 도심 각지에서의 부문별 집회를 필두로 일정을 시작했다.
이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과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정책을 규탄하고 청년실업, 쌀값 폭락, 빈민 문제 등의 해결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총궐기에는 주최 측 추산 10만여 명, 경찰 추산 7~8만 명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됐으며, 이는 지난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이후 7년만에 가장 큰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