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스캔들' 러 육상, 올림픽 출전 잠정 금지 '철퇴'

'약물 스캔들'을 일으킨 러시아 육상이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아예 출전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AP통신과 BBC 등에 따르면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14일(한국시간) 러시아 육상선수 전원에 대해 올림픽을 비롯한 국제 육상대회에 잠정적으로 무기한 출전을 금지하는 징계를 내렸다.

IAAF는 이날 원격 회의를 통해 무기명 투표한 결과 22-1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러시아 징계안을 가결했다.

이번 결정으로 러시아 육상은 자국 선수들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금지약물 복용을 확실히 개선하는 분명한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 내년 8월 개막하는 리우 올림픽에 단 한 명도 출전시킬 수 없게 됐다.


IAAF가 금지약물과 관련해 한 국가의 선수 모두에게 국제대회 참가를 불허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세바스찬 코 IAAF 회장은 3시간 30분에 걸친 회의를 마친 뒤 투표 결과에 대해 "현 시점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제재"라고 밝혔다.

그는 "세계 육상은 현재 부끄러운 상황에 놓여 있다"며 "이번 사태는 우리 모두에게 경종을 울렸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개선할 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할 것"이라며 "세계 육상은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이번 사태에서 큰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만간 노르웨이의 도핑 전문가인 루네 안데르센을 단장으로 하는 조사단이 출범, 러시아가 어떤 개선책을 내놓고 어떻게 실행에 옮기는지를 감시할 예정이다.

코 회장은 "조사는 강도 높게 진행될 것"이라며 "뚜렷한 변화가 있어야만 러시아 육상 선수들이 트랙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IAAF의 이번 결정은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지난 10일 발표한 반도핑 조사 보고서에 따른 것이다.

당시 WADA 산하 독립위원회는 "러시아 육상 선수들이 광범위하게 금지약물을 복용했다"며 "러시아 반도핑기구의 일부 의사와 직원들이 선수, 코치와 공모해 조직적으로 금지약물 복용과 도핑 테스트를 피하는 것을 돕기까지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직접 "금지약물에 관련되지 않은 억울한 선수가 나와서는 안된다"며 파문 확산을 차단하려 했지만 IAAF는 끝내 러시아 육상선수 전원 출전금지라는 철퇴를 가했다.

비탈리 무트코 러시아 체육부 장관은 자국 육상 선수들이 내년 3월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하기를 기대한다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리우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 잡을 건 바로 잡겠다"면서도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항변했다.

IAAF와 별도로 WADA는 오는 18∼19일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러시아 도핑 스캔들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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