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차행전 부장판사)는 서울시향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바이올린 연주자 A, B씨의 해고를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1990년대 초 서울시향에 입단한 두 사람은 박현정 대표 시절인 지난해 1월 "반년 후 계약을 종료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단원 평가 오디션에서 낮은 등급을 받았다는 이유였다. 정명훈 예술감독 등 심사위원 3명에게 재오디션을 받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서울시향으로부터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구제신청을 했고 중노위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자 서울시향도 "계약종료 통보는 정당한 조치였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시향은 재판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 해고 개념이 애초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시향의 지휘, 감독을 받지 않았고 개인 악기로 공연했으며 근무시간도 주당 15시간이 안 되는 등 근로자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근로자로 본다고 해도 국내 최고 수준 교향악단인 서울시향이 악단의 수준급 연주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좋지 못한 평가를 받은 단원을 해고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정명훈 감독이 단원들을 지휘·감독한 점, 연주자들이 고용계약서를 쓰고 인사복무 규정을 따른 점, 고정급을 받은 점, 개인연습 시간까지 합하면 근무시간이 정규 근로자와 비슷한 점 등을 들어 두 사람이 근로자였던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서울시향 규정은 단원 상시평가와 실기평가를 병행하게 돼 있지만 서울시향은 이를 임의로 오디션으로 대체했고, 그 결과에 따라 두 사람은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며 "규정을 따르지 않은 평가로 한 해고는 정당하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