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수능 종료 직후까지만 해도 '물수능'이라 불린 지난해와 비슷하게 쉬운 수준으로 여겨졌지만, 실제 수험생들의 가채점 결과를 취합하는 과정에서 점수가 예상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지난해처럼 '물수능'이 될 거라던 교육과정평가원이나 입시기관들의 당초 예측과는 달리, 국영수를 중심으로 '물수능 속 불수능'이 될 거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이날 오후 11시 현재 수험생들의 가채점 결과를 취합한 입시기관들의 '예상등급컷 현황'을 살펴보면, 문이과를 막론하고 1등급 커트라인이 '만점'인 국영수 과목은 단 하나도 없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집계에선 국어A 1등급컷이 96점, 국어B는 94점, 수학A는 94점, 수학B는 96점, 영어는 94점이다. 대성학원 집계에서도 국어A는 96점, 국어B는 93점, 수학A와 B는 각각 96점, 영어는 94점이다.
이투스 역시 국어A는 96점, 국어B는 94점, 수학A는 94점, 수학B는 96점, 영어는 93점으로 추정하고 있다. 진학사 집계에서도 국어A는 96점, 국어B는 94점, 수학A와 B는 각각 96점, 영어는 94점 수준이다.
전체적으로 국어A는 96점, 국어B는 94점, 수학A와 B는 96점, 영어는 94점 수준에서 1등급컷이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같은 가채점 결과는 지난해 매우 어렵게 출제돼 1등급컷이 91점이던 국어B가 약간 쉬워진 걸 제외하면, 국영수 모든 과목이 어렵게 출제돼 등급컷이 낮아진 수치다.
수능 출제위원장인 이준식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는 이날 오전만 해도 "올해 수능은 지난해와 같은 기조 속에서 6월과 9월 두 차례 모의평가 수준으로 문제를 냈다"고 밝혔다.
6월 모의평가의 경우 국어B형과 영어에서 만점을 받아야, 9월 모의평가는 국어A와 수학B, 영어에서 만점을 받아야 1등급이 될 수 있었다. 따라서 가채점 결과는 출제단의 이러한 예상이 어긋났음을 보여준다.
다수 입시기관들도 수능 종료 직후 "국영수는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수준으로 쉽게 출제됐다"고 평가했지만, 막상 가채점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사뭇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치러보니 어려웠다"던 수험생 다수의 '체감 난이도'가 사실에 부합한 것으로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9월 모의고사때 1등급을 받은 수험생들을 수능 직후에 조사해보니 70%가량이 국영수가 어려웠다는 반응"이라며 "상위권의 이런 반응은 심상치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이른바 '물수능' 기조를 4~5년 유지하다 보니, 문제를 조금만 바꾸면 낯설어하는 일종의 학력저하 현상이 빚어진 걸로도 볼 수 있다"며 "작년의 국어B가 '최악의 불수능'이었던 것처럼, 올해는 국영수 전체가 '불수능'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대성학력개발연구소 이영덕 소장도 "지난해처럼 쉬운 수능일 거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었는데, 가채점 결과가 들어오면서 국영수가 어려웠던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소장은 "6월과 9월 모의평가보다는 확실히 어렵고 작년 수능보다도 다소 어렵다"며 "등급컷이 작년보다 많이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국영수에서 1등급컷이 만점인 경우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임성호 대표는 "쉬운 수능일 거라고 생각했던 중상위권에서 '나만 못 봤다'는 절망감과 불안이 클 수 있지만, 속단해선 안된다"며 "백분위와 표준점수, 평균점수가 공개되는 다음달 2일 성적표를 받을 때까지 기다려보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이영덕 소장 역시 "성적표의 백분위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 뒤 자신에게 유리한 대학을 찾아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