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미얀마와의 G조 5차전에서 축구 대표팀의 수비수 장현수가 전반 23분 페널티킥을 놓쳤다. 골대를 맞고 나온 공에 좌절하는 장현수의 모습을 보고 누구보다 안타까워 했을 사람이 있다. TV 생중계를 위해 경기장을 찾은 안정환 해설위원이다.
대한축구협회는 한국이 4-0으로 미얀마를 꺾은 뒤 단체 메시지를 통해 "페널티킥 실축 후 득점한 선수는 2002년 월드컵 안정환 선수 이후 장현수가 처음"이라고 밝혔다.
장현수는 결국 자신의 힘으로 골을 넣었다. 상대는 한수 아래였고 점수 차도 넉넉했지만 장현수는 최선을 다해 뛰었다. 후반 37분 손흥민의 크로스를 머리로 받아 골망을 흔들었다.
안정환의 페널티킥 실축 후 득점은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찬란했던 순간 중 하나다. 안정환은 2002 한일월드컵 이탈리아와의 16강전 도중 페널티킥을 놓쳤으나 연장전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골든골을 터뜨려 영웅이 됐다.
페널티킥 실축 후 득점은 같지만 장현수와 안정환의 경우는 경기의 비중이나 절박함 면에서 달라도 많이 다르다. 그래도 대한축구협회는 장현수가 실수를 극복하고 팀에 공헌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또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점을 강조해 용기와 자신감을 북돋고 싶었던 것 같다.
정작 장현수는 자신이 실축했다는 사실을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그는 "승부차기 실축한 것을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데 골을 넣고나서 (김)영권이 형이 얘기해줘서 알았다"고 웃으며 "골을 넣어 영광스럽다. 원래 페널티킥을 자신있게 차는데 다음에는 더 세밀하게 차야겠다. 내가 골을 넣었으면 2대0이 됐을 것이고 경기가 더 수월했을텐데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