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은 12일 대만 타오위안에서 열린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SBC) 프리미어12' 베네수엘라와 B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13-2, 7회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8일 일본과 개막전 0-5 패배로 침체됐던 타선은 11일 도미니카공화국과 2차전 10-1 승리에 이어 활기를 되찾았다.
이날 대표팀은 장단 14안타를 몰아치며 5회 이미 10-2까지 달아나 승기를 굳혔다. 전날도 대표팀은 장단 11안타를 집중, 10점을 뽑아내는 응집력을 선보였다.
다만 공교롭게도 중심 타자 박병호(넥센)의 메이저리그(MLB) 포스팅 결과 발표 이후 희비가 갈리는 모양새다. 포스팅 대박 이후 정작 본인은 좀처럼 상승세를 타지 못하는 반면 미국 무대를 노리는 후발 주자들은 펄펄 날고 있다.
▲'아쉬운 파울 홈런' 박병호, 포스팅에 부담?
하지만 포스팅 응찰액 1285만 달러(약 147억 원) 대박을 터뜨린 박병호의 방망이는 이날도 터지지 않았다. 박병호는 이날 5번 타자 1루수로 나와 4번 타석에 들어서 내야 땅볼만 3개를 치다가 6회 마지막 타석에야 볼넷으로 출루한 뒤 득점했다. 이날 선발 출전한 선수 중 유일한 무안타였다.
전날도 박병호는 5타수 무안타에 머물렀다. 특히 삼진을 3개나 당했다. 사실 박병호는 일본과 개막전에서는 2루타 포함, 4타수 2안타로 KBO 리그 최고 타자의 자존심을 살렸다. 그러나 이후 2경기에서 8타수 무안타 1볼넷 1득점이다.
일단 2경기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우나 부담감이 드러나는 모습이다. 박병호의 힘은 여전했다. 11일 아쉬운 파울 홈런에 이어 12일도 박병호는 홈런성 타울 타구를 날렸다. 다만 왼쪽 폴대를 빗겨가며 스윙이 조금 빨랐다. 이종열, 최원호 등 SBS 스포츠 중계진도 "타이밍만 잘 맞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포스팅 금액에 걸맞는 활약을 보여야 한다는 조바심으로도 읽힌다. 물론 박병호는 이미 KBO 리그 최초 2년 연속 50홈런 이상을 날리며 기량을 뽐냈다. 미네소타 측도 고교 시절부터 16년 동안 박병호를 지켜본 만큼 이번 대회를 놓고 일비일희하지는 않을 터. 그러나 미네소타와 박병호의 에이언트가 계약이 진행 중인 상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대호-김현수-황재균 "나도 ML 갈래"
반면 박병호 이후 MLB 문을 노크하려는 선수들은 펄펄 날고 있다. FA(자유계약선수)로 미국 무대에 도전하는 이대호(전 소프트뱅크)와 MLB 진출설이 나도는 김현수(두산)를 비롯해 박병호처럼 포스팅을 노리는 손아섭, 황재균(이상 롯데) 등이다.
낮게 잘 깔린 공임에도 홈런으로 연결한 힘이 돋보였다. 또 일본시리즈 5차전에서 150km 투구에 맞아 손바닥이 완전치 않음에도 아치를 그려냈다. 이대호는 이후 쐐기타 등으로 4타수 2안타 3타점을 올렸다.
이날도 이대호의 상승세는 이어졌다. 도미니카공화국전 활약으로 사사구 2개를 얻어내는 등 상대 집중 견제를 받으면서도 4회 적시타를 뽑아내는 등 2타수 1안타 1타점을 올렸다. 정확성과 파워, 선구안까지 겸비한 타자임을 입증했다.
김현수도 ML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를 증명했다. 이날 김현수는 1회 2타점 선제 결승 2루타를 포함, 4타수 2안타 3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전날도 김현수는 8회 승부를 완전히 가르는 3타점 싹쓸이 3루타 등 5타수 2안타 3타점 1득점을 올렸다. 비록 김현수는 두산 잔류의 뜻을 내비쳤지만 MLB 스카우트들의 영입 대상이다.
여기에 황재균까지 무력 시위를 했다. 규정 때문에 손아섭에 포스팅 기회를 양보한 황재균은 이날 홈런 2개 포함, 4타수 4안타 3타점 2득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만약 손아섭의 포스팅이 무산될 경우 황재균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박병호가 터뜨린 포스팅 대박이 이들을 자극한 모양새다. 일단 이들은 아직 포스팅이나 구체적인 계약 단계 전이다. 때문에 이번 대회 활약은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마련할 계기가 된다. 이번 대회는 적잖은 MLB 스카우트들이 현장에서 선수들을 점검하고 있다.
아직 경기는 많이 남아 있다. 14일 멕시코, 15일 MLB의 나라 미국과 조별리그가 예정돼 있다. 이후 8강전, 4강전 및 결승, 혹은 3-4위 전도 있다. 과연 박병호와 그 뒤를 따르는 도전자들의 타격감이 어떻게 변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