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아니네…' '병원서 시험' 수능날 이모저모

세월호 참사 생존학생들도 수능 시험 치러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풍문여고에서 시험장을 잘못 찾아온 한 수험생이 헌병의 도움을 받아 이동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2일 오전 전국 1,212여개 시험장에서 실시됐다.

수능 한파 없는 따뜻한 날씨 덕에 전국 각지의 시험장 앞에는 이른 새벽부터 수험생들의 수능 대박을 기원하는 학부모와 교사, 학생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이런 응원에도 불구하고 시험에 지각을 하거나 시험장을 잘못찾아가는 일들이 속출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대구시 교육청에 따르면, 12일 대구시 북구 모 고등학교 3학년 A군(18) 등 수험생 3명이 고사장을 착각해 원래 시험장소인 북구 복현동 영진 고등학교가 아닌 달서구 상인동 영남 고등학교에서 시험을 치르고 있다.

이들 수험생은 한 학부모의 차를 타고 오전 8시 30분쯤 고사장에 도착해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대구 북구 복현동 영진고등학교와 달서구 상인동 영남고등학교는 거리가 16km나 떨어진 곳으로 교통이 막히지 않더라도 승용차로 30분이 걸리는 곳이다.

A군 등은 학부모가 차량 내비게이션에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고사장에 도착하고 나서야 잘못 온 사실을 안 것으로 전해졌다.

수능 고사본부는 "이들 3명을 같은 유형의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들의 교실에서 시험을 보도록 하고 답안지만 별도로 봉인해 원래 고사장 수험생들의 답안과 함께 채점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교통사고도 막지 못한 수험생의 '의지'


12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세브란스병원에서 치르는 현모(18)양이 시험에 앞서 시험감독관으로부터 주의사항을 듣고 있다. (사진=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제공)
지난 달 14일 트럭에 치여 전신타박상과 복합 골절상을 당해 치료중에 있는 현모(18)양도 이날 입원중인 병원에서 수능 시험을 진행했다.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은 일반 병실에 입원중인 수험생 현양이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를수 있도록 VIP 병실을 내줬다고 12일 밝혔다.

사고 직후 으스러진 뼈를 맞추는 수술을 받고 점차 회복 중이지만, 아직 오랜 시간 앉아 있기에도 버거운 상태라 수험생으로서는 극히 악조건이다.

하지만 현양은 주위의 우려에도 수능 시험을 보겠다며 소속 고등학교의 관할 교육청과 병원에 도움을 청했다. 이에 병원은 보유하고 있는 가장 큰 병실인 VIP 병실을 내준 것이다.

해당 VIP 병실에는 독립된 병실 공간과 더불어 회의실과 휴게실이 있어 교육청이 요구하는 고사장 기준을 충족한다고 병원측은 전했다.

또 병원측은 VIP 병동 주변의 직원 이동을 엄격히 제한하고 듣기평가 시간에는 병원 일부에서 이뤄지는 공사를 일시 중지할 방침이라고 밝히며 현양의 시험을 위해 적극 지원했다.

◇ 세월호 아픔 안고 수능 치르는 단원고

안산 단원고등학교 (사진=자료사진)
세월호 참사 생존학생들도 이날 수능을 치렀다.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은 선배들이 시험을 치르는 안산 양지고 앞에 모여 서울 주요지역 대학에 진학하라는 의미가 담긴 '2호선 타자!'라는 피켓을 들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선배들을 응원했다.

이곳에서 시험을 치르는 여학생들 일부는 가방에 세월호 참사의 상징물인 노란 리본 배지를 달고 시험장에 들어서기도 했다.

세월호 생존학생들은 모두 75명 중 수시 합격자 3명을 제외한 72명이 수능에 응시, 경기 안산지역의 시험장 14곳에서 일제히 시험을 치렀다.

한편 단원고는 세월호 사고 이후 2학년 교실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능 시험장에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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