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로 살아 온 세월이 어느덧 30여 년. 가족을 위해 밤낮없이 일하다가 이제야 여유가 생겨 자식과 시간을 가져보려 했더니, 딸은 아버지의 세월만큼이나 훌쩍 커 있었다.
빠르게 지나간 시간도 야속한데 딸은 벌써 시커먼 총각 하나를 데려와 결혼한단다. 좋은 사람을 만나 떠난다니 다행이지만 어째 가슴 한구석이 허전하다.
웃어도, 울어도 예쁜 소중한 딸을 시집보내는 예비 친정아버지들의 이야기가 14일 오후 7시 10분 KBS 1TV '다큐공감'에서 그려진다.
#1. 지난 20년간 광주에서 고속버스 운전을 해온 김용화(59) 씨는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러운 두 딸의 아버지다. 새벽같이 출근해야 하는 고된 일. 하지만 퇴근길에도 딸들만 생각하면 힘이 난다. 그런 아빠의 애교쟁이 둘째 딸 김미희(27) 씨가 어느덧 훌쩍 자라 총각을 데리고 왔다. 배시시 웃으며 결혼을 허락해 달란다. 차려주는 밥도 겨우 먹고 다니는 철부지 딸이 시집을 간다고 하니 집안일은 제대로 할 수 있을는지 걱정이 앞선다. 게다가 사위 눈치 보느라 전화도 마음대로 못할 생각을 하니 벌써 서운하다. 아버지의 속도 모르고 웃음꽃이 활짝 핀 예비신부 딸은 해맑다.
#2. 새벽에 일어나 밭으로 출근하는 송재우(57) 씨는 경남 함안군 윤산 마을의 든든한 이장이다. 아침부터 여기저기 소리 꽥꽥 지르고 다니지만, 주민들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속 깊은 경상도 남자다. 그런 그에게도 딸이 하나 있다. 하지만 자식농사보다도 수박농사가 더 급했던 아빠였다. 돌아보니 그 딸이 훌쩍 커서 결혼할 날을 앞둔 예비신부가 됐다. 아비를 닮아 무뚝뚝하지만, 속 깊은 딸. 3년 전 갑작스러운 엄마의 사망으로 결혼 시기를 놓치고, 이제야 시집을 보낸다. 늘 경상도 사나이라고 큰소리를 치지만 엄마 없는 결혼식을 올리는 모습을 지켜보자니 가슴이 저려 자꾸만 눈물이 고인다.
언제나 내 품 안에 남아 있을 것 같았던 딸들이었으리라. 자신을 쏙 빼닮은 딸이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아빠는 또 다른 삶의 의미를 얻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벌써 누군가의 아내가 돼 아빠의 품을 떠난다고 하니 인생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것 같다. 그래도 그 어느 신부보다 아름다운 딸의 모습을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아비들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 함께 잘살아 보겠다고 하니 축복해야 하는 일이지만 자꾸만 코끝이 시큰해진다.
일생일대의 행진을 남겨두고 만감이 교차하는 아비들의 얼굴이 다큐공감에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