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자본에 노하우를 얹으면? '몬스터 헌트'가 증명한 진화론

[노컷 리뷰] 단순한 이야기 속 다채로운 캐릭터들…감독 노하우와 中 자본의 합작품

영화 '몬스터 헌트' 스틸컷.
'중국 영화'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많지 않다. 화려한 무술로 가득한 무협 영화나, 격랑의 현대사를 다룬 드라마틱한 영화나 아니면 전형적인 로맨스 영화 정도다.

정작 중국에서 6,500만 흥행 기록을 세운 영화는 따로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흔히 시도하지 않는 실사 애니메이션 영화 '몬스터 헌트'가 그 주인공이다. 이 '몬스터 헌트'가 드디어 국내에 상륙한다.

'몬스터 헌트'는 순수한 중국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자본과 감독 그리고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몬스터 헌트'를 통해 본 중국영화의 발전 가능성은 꽤나 놀랍고 위협적이다.

'몬스터 헌트'는 요괴 왕자와 인간이 함께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요괴 세계의 반란을 피해 인간 세계로 온 요괴 왕자 '우바'는 절름발이 남자 천음과 요괴 사냥꾼 후 샤오란을 만난다. 이들 사이에 정이 쌓이면서 두 사람은 아기 요괴 우바에게 부모와 같은 존재가 된다.

영화의 형식은 할리우드 애니메이션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중간 중간 등장하는 소소한 유머, 눈길이 가는 귀여운 캐릭터, '권선징악'의 결말, 노래를 통한 캐릭터들의 감정 전달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들을 전면에 배치했다.

그 중에서도 캐릭터에 대한 상상력은 기발하다. 다양한 요괴 캐릭터들은 저마다 격투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라멘 허 감독은 주요 등장 요괴들의 신체적 특징과 이를 재미있게 연결한다.


'실사 애니메이션'의 가장 위험한 점은, 과연 인간인 배우들의 연기와 CG인 요괴의 합이 잘 어우러질 것인가다. 다소 극적인 배우들의 연기 탓인지 이들 조합은 생각 외로 매끄럽다. 특히 후 샤오란 역의 바이바이 허는 영화 중심에서 힘 있고 통쾌한 액션 연기를 선보인다.

영화 '몬스터 헌트' 스틸컷.
'요괴 왕자 구하기'라는 단순한 스토리 라인이 심심할 수 있지만 영화는 일단 캐릭터를 강화하는 전략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둔다. 이 같은 결과물은 라맨 허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한 번에 이해가 간다.

그는 애니메이션 '슈렉 1'의 수석 애니메이터였고, '슈렉 3'에서는 공동 연출을 맡아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활약해 왔다. 미국에서 축적한 그의 노하우가 '몬스터 헌트'에서 아낌없이 발휘된 것이다.

물론 최근 디즈니를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미국 애니메이션의 성장 정도를 기대하며 본다면 실망할 확률도 있다. '몬스터 헌트'는 울림을 주는 메시지나 스토리 측면에서 아직 그 정도 깊이에 이른 영화는 아니다. 일부 관객들은 과장된 배우들의 연기가 부자연스럽거나 낯설게 느껴질 지도 모른다.

다만 영화는 질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콘텐츠의 현주소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라맨 허 감독 혼자만의 힘이라기에는 중국 자본이 콘텐츠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굳이 '중국' 때문이 아니더라도, 가족 중에 어린 아이가 있다면 충분히 함께 즐겨볼 만하다.

중국 영화가 국내에서도 가족 영화로 추천 받고 보편적 공감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가장 핵심적인 변화가 아닐까. 1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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