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적 경영, 편법 예산집행…안홍철 前 KIC사장 비위 확인

안씨, 감사원 감사결과 도출 직전 사표…대선 때는 ‘盧정권 빨갱이’ 막말 전력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전 사장 (사진=윤성호 기자)
“노무현 정권은 빨갱이” 등의 막말을 일삼았던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전 사장의 비위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확인됐다. 안씨는 감사원이 감사결과를 국회에 보고하기 직전인 지난주 자진 사퇴하면서 ‘불명예 퇴직’을 피했다.

감사원은 “안씨가 사장 재직중 투자·자산 운용업무와 관련한 부당행위와 공사의 인사·예산 업무 질서문란 행위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향후 공직후보자 관리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해당 비위내용을 정부에 통보했다”고 11일 밝혔다.

안씨는 지난 6일 임기 1년을 남긴 채 돌연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감사원 관계자는 “안씨가 사장직을 유지하고 있었다면 한국투자공사법 제23조 제2호와 감사원법 제32조 제9항의 규정에 따라 해임 요구까지 이뤄질 수 있었지만, 퇴직했기 때문에 기관통보 조치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감사원법 규정에 따르면 감사원은 공사 등 임직원의 비위가 뚜렷하다고 인정하면 임용권자에게 해임을 요구할 수 있다. 한국투자공사법은 이 법에 따른 명령·정관을 위배한 임원은 임기보장 없이 해임할 수 있도록 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안씨는 사장 재직 중, 투자실무위원 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사의 투자실무위원회 회의에 무단 참석해 사실상 가부결정 지시를 하는 등 50개 안건에 부당 개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도 투자 안건 심의결과나 회의록에 서명을 하지 않는 수법으로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들었다.


안씨는 투자대상 실무검토 단계에서마저 “이번 투자 건은 반드시 성사되게 하라”거나 “시급한 사안이니 밤을 새서라도 해내라” 등의 이메일을 실무자에게 보내면서 부당하게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펀드에 대한 위탁운용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는, 장녀가 재직 중인 미국의 한 후보업체를 방문해 투자 관련 브리핑을 받는 등 이해상충 소지가 있는 업무에까지 관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사장 취임 직후 경력이 의심된다며 모 본부장을 해임시킨 뒤 해외 지사장 발령 6개월밖에 안된 A씨를 귀국시켜 본부장 대행에 앉히는 등 부당 인사도 행했다. A씨에게는 새 본부장이 선임된 뒤까지 비서와 운전기사를 붙여줬다.

운영위원회 승인 없이 A씨에게 3년간 사택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5억3000만원의 추가경정예산을 집행했고, 역시 운영위 승인을 얻지 않은 채 해외지사 파견직원 사택임차보증금 등 5억6900만원 상당을 자의적으로 편성하는 등 기관운영경비를 방만하게 집행했다.

이밖에 임직원들의 근무시간 중 사적 금융거래를 방치하고, 회의록 부실관리나 부당작성을 방치하는 등 관리감독에 태만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안씨는 2012년 대선 때 박근혜캠프 특별직능단장 신분으로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노무현 정권은 전부 빨갱이”, “이완용보다 더 나쁜 사람이 노무현, 문재인 일당” 등 막말 350여건을 적거나 옮겨 담아 논란을 불렀다. 2013년 12월 KIC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낙하산 사장’ 논란에도 휩싸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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