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지역을 지역구로 둔 한 새누리당 의원은 '김무성 대표가 전력공천 일부 수용을 시사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김 대표가 이날 서울 강남구민회관에서 열린 율곡포럼 특강에 함께 자리한 강남 지역구 의원인 심윤조, 김종훈 의원을 가리키며 "전략공천을 해도 이런 분들만 하면, 내가 절대 반대 안 하겠다"라고 말했다는 내용이다.
이 의원은 "지역구 행사에 가서 지역구 의원을 띄워주기 위해 농담조로 덕담을 한 것"이라는 김 대표 측의 해명을 듣고 나서야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하지만 이날 거의 모든 언론이 TK 물갈이론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가뜩이나 심란했던 차에 이같은 발언이 나온 것에 대해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고 한다.
◇ 현역의원 벌벌떠는 전략공천이 농담 소재?
전략공천에 대한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일단 차치하고라도 공천을 앞둔 현역 국회의원에게 '전략공천'이라는 단어는 호환마마(虎患媽媽) 보다 무서운 말이다.
4년 동안 아무리 지역구 예산을 챙기고 각종 민원을 해결하는 등 지역기반을 닦아놔도 '경쟁력'을 앞세운 전략공천 앞에서는 힘없이 무너진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친박계에 대한 소위 공천학살, 그리고 19대 총선에서 친이계가 대거 공천에서 탈락한 것도 결국 전략공천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졌다.
김 대표 스스로도 18대에는 친박이라는 이유로, 19대에는 중진용퇴론에 밀려 공천을 받지 못한 전력이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전략공천에 대한 반발심리가 강하다.
김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를 주장한 이유도, 또 여야 합의 실패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 무산됐음에도 "전략공천은 없다"고 선언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현역 의원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을 추풍낙엽처럼 떨어뜨릴 전략공천을 온 몸으로 막고 있는 김 대표를 따를 수 밖에 없었고 이것이 현재 김무성계가 새누리당내 최대 계파가 된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 총선 공천에서 전략공천을 실시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김 대표의 발언을 단순히 '농담조의 덕담'으로 받아들일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인다.
◇ 중요한 순간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말실수'
김 대표 측은 이날 그의 발언이 농담조로 덕담을 한 것이라며 사태 진화에 나서면서도 농담의 소재로 '전략공천'을 이용한 것과 관련해서는 '말실수'라고 인정했다.
백번 양보해 그의 발언이 말실수라고 하더라도 문제는 집권여당 대표이자 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 주목받고 있는 김 대표의 이같은 말실수가 너무 잦다는데 있다.
김 대표는 당 대표 자격으로 지난 7월 미국을 방문해 "우리에게는 역시 중국보다 미국"이라는 발언을 해 외교가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미국 땅에서 미국을 향한 '립서비스' 정도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당 대표이자 유력 차기 대권주자로서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다.
또, 지난 3월에는 부산의 한 토크콘서트장에서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봐야 한다"고 말해 외교안보 라인을 당혹케했다.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은 우리 정부의 입장과 정면 배치되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정책 관련 말실수 외에도 김 대표는 사석에서 각종 말실수로 구설에 오르기 일쑤고 그 때마다 주변 참모들이 이를 막느라 동분서주 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 잦은 말실수는 소탈함? 오만함?
김 대표를 보필하는 참모진들은 그를 '소탈한 정치인'이라고 평가한다. 지난 2차례의 총선 공천에서 자신을 떨어뜨린 장본인들을 끌어안는 모습을 보면 수긍할만한 평가다.
정치인으로서 소탈하다는 평가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는 것으로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특히, '소통'이 화두인 현 시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소탈함이 지나치면 필요없는 말이 많아지고 말이 많아지면 당연히 말실수도 잦아질 수 밖에 없다. 분위기가 달궈지면 어떤 말도 툭툭 내뱉는 김 대표가 전형적인 예다.
다른 한편으로 잦은 말실수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치려 하지 않고 '내 스타일'이라고 고집하는 것은 지나친 자심감, 혹은 오만함으로 비춰질 수 있다.
김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분위기에 취하면 김 대표가 어떤 말을 할지 몰라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조마조마하다"면서 "장점이 참 많은 분인데 말실수 때문에 그런 면이 가려지고 스스로 발목을 잡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현재로서는 여야를 통틀어 가장 지지율이 높은 대권주자이다. 그런 그가 말실수를 할 때마다 들리는 소리가 있다. 바로 '표 떨어지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