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 감금된 이혼女…의사도 공범일까?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수십억원대의 재산분할 소송을 벌이던 이혼 여성이 전 남편과 아들에 의해 정신병원에 감금됐다면 의사들도 감금의 공범으로 볼 수 있을까.

경기도에 살던 A(52)씨는 지난 2013년 1월 초인종 소리와 함께 현관문 밖에서 "엄마"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문을 열어보니 5년 가까이 연락 한 번 없던 아들(27)이 건장한 남성들과 함께 서 있었고, A씨는 곧바로 양팔이 묶인 채 앰뷸런스에 실려 정신병원에 도착했다.

A씨는 병원에서 "전 남편이 재산분할 150억원 때문에 아들을 사주해 강제입원시킨 것"이라고 의사 조모씨에게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조씨는 A씨의 아들로부터 "어머니가 아버지 회사 공금 8억원을 횡령하고 이유 없이 감정기복이 심하며 자녀들을 폭행하고 자해를 하려는 위협을 했다"는 등의 말을 듣고 A씨를 입원시켰다.


결국 닷새 뒤 퇴원한 A씨는 다시 응급차량에 실려 또 다른 정신병원으로 옮겨져 일주일을 입원해야 했다.

A씨는 이 병원에서도 "가족들이 강제로 입원시켰다. 억울하다"고 주장했지만 의사 이모씨는 "망상장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A씨의 전 남편 배모(57)씨와 아들, 두 의사 모두 공동감금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 재판부는 두 의사의 감금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진찰과 아들의 진술 청취, 피해자의 입원 필요성이 있다고 본 결정은 의사로서 전문적, 재량적 판단의 범위를 벗어난 부당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갑자기 입원시키려고 하는 아들의 진술에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았는데도 단편적이 진술에 의존해 아무런 검사, 평가도 없이 즉석에서 입원 진단을 했다"며 두 의사에게 벌금 1천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신보건법상 입원을 위해서는 '보호자 두 사람의 동의'를 반드시 필요로 하는데도 "동생은 캐나다 유학 중"이라는 아들의 말만 믿고 입원을 결정한 절차상의 문제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두 의사가 진단과정에서 최선의 주의를 다하지 않거나 신중하지 못했던 점이 일부 있었더라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입원시켰다고 볼 여지도 충분하다"며 "감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11일 밝혔다.

대법원은 면담 과정에서 A씨가 같은 말만 반복해 대화가 되지 않았고, 입원 결정 뒤 여러 차례 검사와 평가를 하도록 처방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A씨가 첫 번째 병원 입원 나흘째 되던 날 의사 조씨가 변호사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A씨가 전 남편과 재산분할 소송 중이라는 것을 확인해 퇴원시켰다는 부분도 고려했다.

대법원은 이어 "담당의사로서 정신질환의 가능성이 있고, 자해나 타해의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생각되는 경우 입원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봤다.

이와 함께 "정신과 질환의 특성상 환자의 진단이 가족의 보고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법원은 A씨의 행동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퇴원을 거절해 정신보건법을 위한 혐의를 감금죄 대신 유죄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원심을 깨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 사건 전, 자신에 유리한 재산분할 내용이 담긴 이혼합의서를 위조해 법원에 냈던 A씨의 전 남편에게는 징역 1년 6월, 아들에게는 징역 8월이 선고된 형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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