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은 영화 '대호'에서 조선 최고의 명포수 천만덕을 연기한다. 천만덕은 평생 사냥꾼으로 살아온 인물로,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를 지키기 위해 총을 든다.
그는 1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CGV 압구정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사냥꾼은 산 생명을 죽여야 먹고 사는 직업이다. 그 업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그리고 평생 그렇게 생명을 죽여 온 사람의 결말은 어떨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대호'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CG다. CG 호랑이가 최민식과 함께 극을 이끌어 나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170억 제작비가 헛되지 않기 위해서는 영화의 중심이 CG가 아닌 드라마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최민식은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대호다. 아마 많은 관객들이 호랑이 CG를 기대하고 올 것"이라며 "관객들에게 CG인 것이 느껴지지 않게 할 정도로 천만덕의 드라마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천만덕의 가치관, 세계관, 생을 살아가는 태도 등에 더욱 집중했다"고 밝혔다.
연출을 맡은 박훈정 감독의 고심도 깊었다. '신세계'와 '부당거래'보다 앞서 쓴 시나리오면서도 박 감독은 '대호'가 영화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었다.
그는 "시나리오 작업만 7년이 걸렸다. 배고픈 시절에 썼던 작품이 돌고 돌아 제게 다시 왔다. 시나리오를 받아 다시 고치면서 소홀히 대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호랑이는 전부 CG로 가야했기 때문에 가능할지 회의감이 들었다. 그러나 기술팀을 믿고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최민식의 생각처럼 박 감독 역시 CG의 부족한 부분을 드라마로 채우려 한다.
그는 "CG가 어느 정도 구현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만약을 대비해 대안 촬영까지 했다. 사실 CG는 미흡한 부분이 있을 수 있고, 100% 완성도를 담보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작업했다. 오히려 그래서 드라마에 공을 들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대호'는 일제강점기 시기, 민족 말살 정책의 일환으로 일제가 조선범을 멸종시켰던 역사적 사건을 다루고 있다. 영화 '암살'이 일제강점기 활약한 독립 투사들의 이야기를 그려 공감을 이끌어낸 것처럼 '대호' 또한 민족 정서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최민식은 이런 역사적 배경을 넘어 관객들과 함께 보편적 정서를 공감하길 바랐다.
그는 "천만덕을 통해 일제의 착취, 억압 등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영화가 이야기하려고 하는 철학적 가치를 함께 공유했으면 한다"고 털어놓았다.
'대호'는 더 이상 총을 들지 않으려는 조선 최고의 명포수 천만덕과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 '대호'가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최민식, 배우 정만식, 김상호 등이 출연하며 오는 12월 16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