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황석영 "어둡고 우울한 현실…이렇게 살아야 하나"

소설가 황석영(자료사진/노컷뉴스)
소설가 황석영이 위기에 놓인 한국 사회에 대한 성찰을 촉구했다.

3년 만에 신작 소설 '해질 무렵'을 출간한 황석영은 1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소설 제목은 낮과 밤이 교차하는 시간, 혜안과 성찰이 있는 시간대를 상징한다"며 "대단히 어둡고 우울한 현실을 보여 주는데,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는 질문을 던지려 했다"고 전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60대 건축가와 20대 여성 연극인이다.


황석영은 "소설 속 60대 건축가로 대표되는 근대화 세대는 아들 세대에게 희망이라는 유산을 물려 주지 못했다"며 "이 소설은 한 노인이 첫사랑의 희미한 그림자를 더듬어가는 이야기라는 겉모습을 띠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젊은이와 연결되면서 '이렇게 이뤄낸 것이 옳았나' '무엇이 잘못된 걸까'에 대해 과거와 현재가 대화를 하게 된다"고 소개했다.

황석영은 한국 사회가 올바른 정치·사회적 변화를 제대로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또 다시 민주주의 문제인데, 이른바 '87년체제'에 안주한 채로 머물고 있는 탓이 크다"며 "정치·경제·문화적 민주주의가 한걸음 더 나아가고 개혁되고 열려 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몸도 뇌졸중, 심장마비를 겪기 전에 대여섯 차례 신호가 오는 것처럼 한국 사회에 IMF 위기가 왔을 때 삼품백화점이 무너졌고, 세계 금융위기가 오면서 세월호 위기가 왔다"며 "그러한 경고를 통해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제대로 돼 있는 것인가를 돌아봐야 할 때다. 지금 성찰하지 않으면 집단적 위기가 또 온다는 생각을 한다"고 강조했다.

황석영은 지금 한국 사회가 젊은이들에게 절망을 안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나이 든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에게 기계적으로 '안 됐다' '격려해야 한다'고 얘기하는데, 막상 경제·사회적 시스템을 바꿀 노력은 안한다. 지금 잘못된 것을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개발독재시대와 비교했을 때 지금은 형식적으로 민주주의라고 말하지만, 자본의 힘이 더욱 막강해지고 구조화됐다는 점에서 몇몇 사람이 바꾸자고 바뀔 시스템이 아니다. 이 점이 젊은이들에게는 절망적"이라고 말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황석영은 "역사는 정치권이 이래라 저래라 할 대상이 아니다. 무리한 수를 두고 있는데, 이렇게 무리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라며 "블랙홀 같은 국정화 문제로 인해 민영화, 노동문제 등의 화두가 모두 묻혀 지나갈까 걱정된다"고 했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