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홍길 대장 역의 배우 황정민은 이석훈 감독과의 인연 그리고 산악영화에 대한 호기심으로 '히말라야' 출연을 결심했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더 험하고 힘들었다.
그는 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CGV 압구정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막상 해보니 전혀 쉽지 않았다. 우리가 8천미터까지 올라가지는 않았지만 그 이상으로 힘들었다"면서 "다들 힘들었다. 스스로의 생존은 스스로가 책임져야 했다. 스태프들은 장비까지 날라야 해서 더 힘들었을 것"이라고 털어 놓았다.
고산병까지 걸려가며 찍은 영화이니만큼, 촬영이 끝났을 때는 눈물이 터졌다.
조명애 대원 역을 맡은 배우 라미란은 "황정민이 촬영이 다 끝나고 펑펑 울었다. 목이 메어 음식이 넘어가지 않는다고 식사도 제대로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황정민은 "(다 같이 고생했던 기억들이) 마지막에 한꺼번에 터져서 그랬다. 사고 날 상황이 많았는데 부상자 없이 잘 끝났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고 눈물을 흘린 이유를 밝혔다.
황정민과 함께 하고파 영화에 참여하게 된 배우 정우는 엄홍길 대장이 지키고 싶어했던 후배 박무택 대원 역을 연기한다. 정우는 고산병으로 몸 고생뿐만 아니라 마음 고생도 심하게 했다.
그는 "영화 속에서 제가 가장 막내인데, 실제로 정신력이나 체력적인 면에서 막내였다. 막내는 애교도 부리고 그래야 하는데 제 몸 하나 간수하기도 힘들어해서 죄송한 면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언제나 든든하게 현장을 이끈 황정민에 대한 미안함이 컸다.
정우는 "제가 고산병 두통으로 고생했다. 머리가 아파서 잠을 잘 자지 못했다. 튀지 않으려고 했는데 두통 때문에 그렇게 돼서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면서 "저에 비해 황정민 선배는 천하무적 태권브이였다. 타고난 체력 때문에 선배는 힘들지 않은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많이 힘들어 해서 정말 죄송했다"고 마음을 전했다.
이렇게 동고동락했기에 더욱 끈끈한 인연이 되었다는 설명이다.
황정민은 "이 작품은 말하지 않아도 아는 끈끈함이 있다. 모두들 고맙고 훌륭한 사람들이다. 이 촬영을 해낸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히말라야'는 히말라야 등반 중 생을 마감한 동료의 시신을 찾기 위해 목숨을 건 여정을 떠나는 엄홍길 대장과 그 원정대의 도전을 담은 산악영화다. 실존인물과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황정민, 정우, 조성하, 김인권, 라미란 등이 출연한다. 오는 12월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