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조 빚더미 LH…부채탕감 대책은 '땜질'

"사업시기 조정으로 탕감"…예산정책처 "적극적 대책 아니다"

경남 진주혁신도시에 위치한 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 사옥.(사진=진주시청 제공)
'빚더미'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부채감축대책으로 시행하고 있는 '사업시기 조정'이 적극적인 부채감축대책으로 보기 어려울뿐만 아니라 공공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9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LH 상반기 기준 부채총액은 136조 686억 원, 부채율은 390.4%이다.


정부사업 대행으로 인해 부채가 늘어난 측면이 있지만, 부동산 경기나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사업투자 등 방만한 경영이 불러온 '참사'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그러나 수년간의 경영혁신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오던 LH는 부채감축대책으로 '사업시기 조정'을 내놨다.

사업시기 조정은 부동산 경기와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사업비 투입으로 장기미매각 자산 증가에 따른 부채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신수요예측모델에 기반해 사업시기를 조정하는 것을 가리킨다.

사업시기 조정을 통해 부채를 감축한다는 것은 당초 연도별로 계획된 사업비를 시장에 맞추어 조정함으로 불필요한 사업비 지출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LH의 부채감축대책 중 사업시기 조정은 적극적인 부채감축대책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공개한 2015~2019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LH는 부채감축비 14조 원 가운데 27.6%인 3조 8천8백억 원을 사업시기 조정으로 줄였다.

또 LH의 2014~2017년 부채감축계획에 따르면 2013년 전망치 대비 부채감축계획은 총 48조 4,991억 원이고 항목중 사업시기 조정과 사업방식 다각화 2개 세부항목으로 구성된 사업조정 항목의 비중은 24조 4,970억 원으로 50.5%를 차지했다.

사업시기 조정을 통해 향후 5년 간 사업비 투자규모도 크게 줄어든다. LH는 향후 5년 간 81조 7천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 5년 간 사업비 투입실적 104조 9천억 원 대비 23조 원 감소된 규모이다.

이에 국회 예산정책처는 보고서에서 "당초 계획된 예산(사업비)를 집행하지 않고 자금지출을 감소시켜 부채를 절감한 것은 적극적인 부채감축대책으로 보기 곤란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업시기 조정으로 인한 공공성 훼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사업규모 조정으로 인해 국민에게 공공재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의 역할과 기능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민간의 자본을 활용한 사업방식 다각화 등을 추진하면서 공공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부와 LH는 각 지구별로 사업계획 변경을 심의하면서 부채감축을 위한 사업규모 지연, 축소로 인해 공공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사업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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