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면을 통해 총선에 출마하시는지 질문을 드렸는데,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친절하게 답변을 주셨네요.
물론 직접적으로 총선에 출마하겠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국가에 기여할 것인가, 의견도 듣고 신중히 생각해보겠다'고 했을 뿐이죠.
그런데 이 말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입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국가에 기여하겠다'고 답변했던 분들 대부분 국회의원이 됐거나, 권력상층부로 올라 간 기억이 새롭습니다.
물론 낙선하거나 청문회를 통해 낙마한 분들도 여럿 있기는 하지만 말이죠.
아무튼 장관님의 말씀은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아니라고는 하시마십시오. '선수'끼리는 다 아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런 말씀도 하셨네요.
"국가발전과 우리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할 수 있는 일은 다하겠다."
'국가발전'은 이해하겠는데, '우리 박근혜 정부'는 뉘앙스가 좀 다르게 느껴집니다.
아직까지는 국무위원으로 있으니 정부의 각료가 '우리 박근혜 정부'라고 애써 강조하는 것은 이해하겠는데, 왠지 개인적인 고백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왜 일까요.
거기다 고향인 경주에 출마하겠다면 모를까, 장관님의 출마가 유력시 되는 곳은 대구지역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고등학교 동기 동창이기도 한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대구 지역 국회의원입니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은 유승민 의원을 '배신의 정치'라는 무시무시한 표현까지 써가며 원내대표에서 밀어낸 뒤, 대구 지역 의원들을 '물갈이'하겠다고 했습니다.
유승민 의원이 미웠으면 미웠지, 왜 대구지역 의원들을 싸잡아 바꾸겠다는 건지 잘 이해는 안되지만, 그거야 대통령 마음 아니겠습니까.
물갈이 대상으로 오르내리는 국회의원 대신 정 장관님을 그 자리에 '전략공천'하겠다는 것은, 그만큼 장관님을 신뢰한다는 의미도 되겠지요.
그래서인지 '우리 박근혜 정부'라는 장관님의 말이 '우리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할 일을 다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걸까요.
정 장관께서 대구 지역에서 당선된다면, 박 대통령이 의도한 물갈이는 성공한 것이고, 국회에 이른 바 '친박 세력'을 늘리기 위한 전위대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게 되는 셈이네요.
아 참, 정종섭 장관님 전공이 헌법학 아닙니까? 그러면 누구보다 잘 아실 것 같네요.
이런 질문에는 어떻게 답변하시겠습니까?
이른 바 '친박 세력'이 국회에 많이 진출하는 것은, 민주주의 기본중에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삼권분립'을 침해하는 건가요, 아닌가요?
지난 질문에 친절하게 답변을 해주셨으니, 이번 질문에도 친절한 답변을 기대합니다.
정종섭 장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