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8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린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일본과 개막전에서 0-5로 졌다. 상대 21살 괴물 우완 오타니 쇼헤이에게 6회까지 삼진 10개를 당하며 무득점으로 끌려간 끝에 당한 패배였다.
'일본 킬러'인 한국 선발 김광현(SK)은 잇딴 불운 속에 2⅔이닝 5피안타 2실점(2자책)으로 패전을 안았다. 타선은 오타니가 물러난 이후에도 8회 1사 1,2루와 2사 만루, 9회 무사 만루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무기력한 영패를 면하지 못했다.
▲2006 WBC, 2번 이기고도 '4강전 눈물'
하지만 너무 부정적으로만 여길 필요는 없다. 또 다른 국가대항전이었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사례를 보면 첫 한일전 패배를 당한 팀은 전화위복이 됐다. 다른 경기가 아닌 숙명의 한일전이었기에 반드시 되갚아주겠다는 의지가 다음 경기에 영향을 미쳤다.
2006년 초대 WBC 대회에서 한국은 일본을 두 번이나 물리쳤다. 당시 1라운드 첫 경기에서 한국은 1-2로 뒤진 8회 '국민 타자' 이승엽(삼성)의 결승 2점 홈런으로 극적인 3-2 역전승을 거뒀다. 이진영(LG)은 빨랫줄 홈 송구와 천금의 다이빙 캐치 등 호수비로 '국민 우익수'라는 영광의 칭호를 얻었다. 일본 야구의 심장 도쿄돔에서 거둔 승리였다.
그러나 이런 기분좋은 출발은 되레 불안감을 키웠다. 한 대회에서 세 번이나 같은 상대를 만나는 이상한 대진표도 문제였지만 두 번이나 한국에 당한 일본은 이를 갈았다. 한국과 4강전에서 일본은 6-0 완승을 거두며 설욕했다. 앞서 2경기를 이기고도 정작 중요한 경기에서 졌던 한국은 일본의 우승을 바라만 봐야 했다. 일본으로서는 한일전 패배가 약이 된 셈이었다.
▲2009년 콜드패 악몽 이후 멋진 설욕
2009년 WBC는 완전히 반대였다. 한국은 일본과 첫 경기에서 이번 프리미어12 이상의 굴욕적인 패배를 안았다. 그러나 이후 첫 경기의 아픔을 딛고 두 번이나 설욕에 성공, 멋지게 부활했다.
당시 1라운드에서 일본과 맞붙은 한국은 2-14 치욕적인 7회 콜드 게임 패배를 안았다. 선발 김광현이 1⅓이닝 8실점으로 무너졌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4강전에서 8이닝 2실점했던 김광현은 일본의 현미경 분석에 당했다. 주무기 슬라이더가 완전히 간파당했다.
미국으로 넘어간 2라운드 경기에서도 한국은 일본을 눌렀다. 봉중근이 5⅓이닝 1실점으로 다시금 역투를 선보였고, 타선은 당시 일본 에이스 다르빗슈 유(텍사스)를 상대로 1회만 3점을 뽑아내 4-1 승리를 견인했다. 콜드패가 값진 경험이 됐던 셈이었다. 비록 결승에서 일본에 연장 끝에 졌지만 한국은 치열한 접전 끝에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얻었고, 야구 강국의 위상을 드높였다.
6년이 지난 이번 프리미어12도 비슷한 양상이다. 첫 일본과 경기에서 김광현이 조기 강판했고, 타선 침체 속에 완패를 안았다. 하지만 설욕의 기회는 남아 있다. 조별리그와 8강전을 통과하면 향후 성적에 따라 일본과 4강전, 또는 결승전(3-4위 전)에서 맞붙을 수 있다.
역사는 첫 한일전 패배가 곧 대회 전체의 실패를 의미하는 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과연 이번 프리미어12에서 한일전의 역사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