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6라운드. 이 경기는 서울의 수비수 차두리가 팬 앞에 서는 마지막 경기였다. 올 시즌 종료까지는 2경기가 남았지만 모두 원정경기인 탓에 차두리와 서울은 올 시즌의 마지막 홈 경기에서 은퇴식을 열기로 했다.
상당한 양의 가을비가 내리는 가운데 K리그 최고의 라이벌 맞대결인 ‘슈퍼매치’는 2만3308명의 축구팬을 경기장으로 불러 모았다. 많은 축구팬이 지켜보는 가운데 차두리는 선수로서 마지막을 멋지게 선언했다.
사실 차두리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만 세 번째 은퇴다. 지난 3월 31일 열린 뉴질랜드와 축구대표팀 평가전에서 차두리는 국가대표팀 은퇴식을 했다. 당시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은 은퇴하는 차두리에게 전반 45분간 그라운드를 누빌 마지막 기회를 줬고, 차두리는 전반 종료 후 ‘태극마크’와 영원한 이별을 했다.
두 번째 은퇴는 지난달 31일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 ‘2015 KEB하나은행 FA컵’ 결승전이다. 당시 차두리는 주장 완장을 차고 풀 타임 활약하며 서울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서울 입단 3년 만에 처음으로 들어보는 우승 트로피였다. 이 경기는 차두리가 서울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나서는 마지막 경기였다.
그리고 7일 수원과 슈퍼매치는 차두리의 세 번째 은퇴식이 열렸다. 비록 차두리는 경고 누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었지만 차두리를 위해 열심히 뛴 동료들은 4-3 기분 좋은 승리를 선물했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대표팀 은퇴와 FA컵 우승 후 은퇴 기자회견에 이은 자신의 세 번째 은퇴 기자회견에 나타난 차두리는 멋쩍은 듯 크게 웃었다.
“처음 서울에 왔을 때 ‘왜 차두리가 서울에 왔을까’라는 것이 몸으로 느껴질 만큼 반대의 목소리가 컸다”고 회상한 차두리는 “3개월을 쉬고 돌아와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6개월 동안 적응하며 상당히 힘이 들었다. 그때만 해도 정말 바닥에 털썩 내려앉은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차두리에게는 영원한 ‘스승’이자 ‘라이벌’ 차범근 전 감독의 존재가 힘이 됐다.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안 했기 때문에 한국 팬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었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잘하고 싶었다”는 차두리는 “정신적으로 힘이 들 때 아버지의 도움이 컸다. 바닥에 주저앉았다가 다시 일어났다. 이제는 많은 분들의 박수를 받고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고 기뻐했다.
‘로봇’이라는 별명을 가진 차두리지만 30대 중반의 나이에 한참 어린 후배들처럼 그라운드를 뛰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믿지 않겠지만 나도 진짜 힘이 든다. 몸이 힘든 것도 있지만 정신적인 부분이 가장 힘들다”는 그는 “아시안컵 이후 시합을 준비하며 100% 모든 것을 쏟아 부을 자신이 없었다. 더는 에너지가 없다는 생각을 했고, 이제는 그만두는 것이 맞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은퇴를 결심한 이유를 털어놨다.
선수로서는 마지막이지만 차두리는 ‘제2의 인생’을 분명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앞서 독일 현지 언론에서 보도된 대로 독일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당장 감독이 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차두리는 “독일에서 감독 자격증을 따려는 것은 맞다”면서 “자격증을 따면서 축구에 대해 세부적으로 얻을 지식이 많을 것 같다. 그 과정에서 내게 무엇이 가장 맞는지 결정하겠다. 당장 무엇이 될 것이라고 못을 박는 것보다는 유럽에서 좋은 것을 배워서 한국 축구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