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의 직속 부하직원도 그 해 성 회장의 요청이 오면 커피믹스 종이박스에 3천만 원을 넣어 쇼핑백에 포장한 적이 여러번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는 지난 재판에서 성 전 회장의 비서가 이완구 전 총리의 선거사무소 개소실인 2013년 4월 4일 임원으로부터 쇼핑백을 받았다는 증언과 일치되는 증언이다.
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장준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총리의 3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한장섭(50) 전 경남기업 부사장은 "2013년 상반기 성 회장의 비서인 이용기 씨에게 수천만 원의 돈이 든 쇼핑백을 전달한 기억이 있다"고 증언했다.
한 전 부사장은 2009년 말부터 2014년까지 성 전 회장의 비자금을 관리한 인물로, 대아건설이나 대원건설의 현장전도금 명목으로 돈을 빼서 성 전 회장의 지시가 있을 때마다 제공했다. 특히 3천만 원 정도의 돈을 바로 준비할 수 있도록 평소에 자금을 준비해뒀다고 밝혔다.
한 전 부사장은 "성 회장이 국정감사 기간과 도당위원장에 출마하기 전에는 회사에 거의 못 나왔는데 2013년 상반기 도당위원장 출마 전이어서 사무실에 잘 안 오다가 아침에 전화하고 돈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한 전 부사장은 통상적으로 성 전 회장에게 직접 돈 봉투나 쇼핑백을 전달했지만, 이용기 비서에게 쇼핑백을 전달한 적이 처음이라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정확한 액수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통상적으로 3천만 원 이상일 경우 과자상자나 커피믹스 상자에 넣어 쇼핑백에 담는다고 한 전 부사장은 설명했다.
1천만 원 이하이면 편지봉투, 2천만 원 이하이면 편지봉투 여러개나 중봉투, 3천만원 이상일 경우 상자에 넣고 쇼핑백에 이중으로 포장한다는 것이다.
한 전 부사장은 "이용기 비서가 내 방에 와서 '회장님이 말씀하신 것을 빨리 달라'고 해서 준비한 쇼핑백을 급히 건넸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공판에서 비서 이씨가 2013년 4월 4일 성 전 회장 지시로 한 전 부사장에게서 쇼핑백을 받아 성 전 회장의 차에 실었다고 말한 내용과 일치하는 증언이다.
실제 비자금을 은행에서 인출해 직접 포장한 직원 김모 씨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한 전 부사장의 지시에 따라 돈을 뽑아 포장해 전달한 역할을 하는 김씨는 "정확한 시기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2013년에도 3천만 원 돈 쇼핑백을 만든 적은 여러번 있었다"고 증언했다.
급하게 비자금으로 빠져나간 돈은 수일 내에 수백만 원씩 나눠서 입금해 다시 채워넣는 방식이라고 진술했다. 특히 2천만 원 이상일 경우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가 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수백만 원씩을 입금했다고 덧붙였다.
이완구 전 총리 사무실을 방문한 2013년 4월 4일 이후의 비자금 계좌에도 3천여만 원의 흔적이 나왔다. 비자금 계좌 인출 내역에 따르면 그해 4월5일~10일 두 개의 바지금 계좌에는 총 5차례에 걸쳐 3천1백만원이 채워졌다.
이완구 전 총리는 변호인 대신 직접 증인에게 질문을 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이 전 총리는 한 전 부사장에게 "수행비서들 모르게 돈 쇼핑백을 실을 수 있느냐", "부피가 클텐데 수행비서가 눈치를 못 채겠느냐", "가까운 거리인데 당일에는 왜 이 비서가 쇼핑백을 가지고 갔느냐" 등등 상세하게 질문했다.
이에 대해 한 전 부사장은 "성 전 회장은 수행비서들도 모르게 전달하도록 쇼핑백을 싣는다. 실어준 것까지는 알지만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모른다"고 답했다.
이 전 총리는 2013년 4월 4일 오후 5시쯤 충남 부여 선거사무실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상자에 포장된 현금 3천만원이 든 쇼핑백을 건네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올해 7월 불구속 기소됐다.
이 전 총리는 당일에 성 전 회장을 만난 적도 없다고 주장했지만, 성 전 회장 비서진들의 SNS 당체방에서는 "이완구 지사 선거사무소에 연락해 지금 내포청사에서 출발했고 16시에 도착하실 예정이라고 전달 바란다"는 내용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