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회사 합병당시 부터 순환출자 문제는 해결하면 될 과제로 알려져 있었던 터라 삼성으로서는 정해진 기한내 해결만하면 될 문제였지 공정위가 굳이 나서 제재를 하고말고할 성격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2015년 9월 1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해 통합삼성물산으로 출범했고 이로인해 삼성그룹내부에는 공정거래법이 금지하고 있는 신규순환출자 고리가 하나 더 생겨나게 된다. 바로 통합삼성물산(삼성생명지분 19.34%)→삼성생명(삼성전자지분 6.24%)→삼성전자(삼성전기지분 22.80%)→삼성전기(삼성물산지분 2.61%)로 이어지는 환상형 지분소유구조이다.
올해 7,8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한창 추진중일 때 이 문제가 통합의 복병이 될 것이란 지적이 있었고 삼성은 이에 대해 공정위의 유권해석을 받아보고 해소하면될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관련해 엘리엇은 "삼성물산 합병으로 6개의 새로운 순환출자 고리가 생기며 이는 공정거래법 위반이다"며 합병 반대의 논리로 제시한 바 있고, 당시 삼성그룹에서는 '합병추진때부터 공정위에 유권해석을 의뢰해 문제가 있으면 처리하겠다"는 대응논리로 맞섰다.
공정거래법 제9조의2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는 순환출자를 형성하는 계열출자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했지만, 예외적으로 회사의 합병·분할,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또는 영업전부의 양수 때는 가능하도록 했으며 이 경우 계열출자를 한 회사는 해당 주식을 취득 또는 소유한 날부터 6개월 이내에 처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측의 말을 들어봐도 순환출자 해소문제가 이슈화된데는 뭔가 다른 이유가 있어 보인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는 것일까, 삼성물산 관계자는 6일 "아직까지 순환출자 해소문제와 관련해 공정위로부터 회사쪽으로 공식적으로 (문건이) 온 건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정황으로 미뤄볼 때 공정위는 삼성물산 합병으로 공정거래법상 순환출자 해소대상이 된 걸 인지하고 있지만 다급하게 처리해야할 이슈로 보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한창 진행중인 삼성그룹의 사업구조재편과 순환출자 해소를 연결시켜 보는 시각이 있다. 즉, 다양한 형태로 거론되고 있는 삼성계열사 이합집산 시나리오가 순환출자 해소 때문에 한층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의 사업재편은 주력업종을 전자와 바이오, 전기차로 재편하는 방향으로(CBS노컷뉴스 11월5일자 보도 - "삼성 사업재편 '전기차·사물인터넷·바이오' 3각 편대 시동")추진중이며 삼성전자의 지주사(Holding company)+사업사(Business company) 분사, 삼성SDI+삼성전기, 삼성SDS+삼성전자 무선사업부문, 삼성전자 사업부문 통폐합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사정을 잘 아는 업계의 관계자는 "업계 환경변화, 경영권 승계와 맞물려 그룹을 재편중인 삼성으로서는 순환출자 문제가 이슈로 부상하면 과도한 여론의 주목을 피하며 (2사안을)동시 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순환출자 이슈가, 경제활성화와 규제완화 차원에서 입법이 추진중인 중간지주회사법이나 M&A활성화 법안 처리에도 직간접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간지주회사법은 지주회사 아래에 금융지주회사와 비금융지주회사를 둬서 각각 계열회사를 지배하도록 하는게 골자로, 금융회사를 분리하지 않아도 되고, M&A활성화 법안은 기업합병을 보다 쉽게 하는 것으로 지주회사의 선제적 구조조정을 가로막았던 계열사 출자 제한 규정 등을 완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가령 현행 제도하에서는 기업합병시 최대주주가 10%이상 보유시 이사회 의결이 아닌 주주총회 동의를 받아야 합병을 성사시킬 수 있지만 개정안에는 20%로 상향조정해 원활하게 M&A가 이뤄지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른바 대기업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데 도움을 주는 법들로 입법이 성사될 경우 대기업들은 보다 원활하게 인수합병이나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순환출자 이슈는 단순히 삼성의 순환출자 해소용이 아니라 최근 산업계에서 일고 있는 좀비기업 솎아내기와 사업재편 등을 포괄적으로 염두에 둔 심모원려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