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사령탑'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6일 인천공항을 통해 일본 삿포로로 출국했다. 국가대항전 '프리미어12' 개막전인 숙명의 일본과 라이벌 대결을 위해서다. 이번 대결은 최고 선수들이 나서는 대표팀 승부로는 6년 만이다.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 이후 첫 만남이다.
한국의 B조 조별리그 예선 첫 경기다. 세계 랭킹 12위 강팀들이 출전하는 이번 대회는 특이하게 개막전만 일본에서 열린다. 나머지 A, B조 조별리그는 대만에서 펼쳐진다. 한일전이라는 최고의 흥행카드만 따로 뺐다.
그만큼 일본이 이번 대회를 의욕적으로 준비한다는 방증이다. 이 대회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주관한다. 특히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 맞춰 정식 종목 부활을 노리고 붐 조성 차원의 성격이 짙다. 일본도 국기(國技)와 다름없는 야구를 자국 올림픽 경기에 포함시키기 위해 WBSC와 손을 잡았다.
일본은 숙적 한국과 개막전을 승리로 장식해 선수단은 물론 자국 내 분위기를 후끈 달군다는 계획이다. 이후 여세를 몰아 조별리그와 8강전을 통과한 뒤 귀국해 4강과 결승까지 기운을 잇겠다는 심산이다.
공교롭게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에서는 한국이 기분좋은 추억이 많았지만 WBC에서는 쓰라린 기억도 있었다. 시드니,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은 각각 3, 4위전과 준결승 등에서 일본을 꺾고 동메달과 금메달을 따냈다. 그러나 WBC에서는 준결승과 결승에서 만나 모두 지면서 4강과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특히 WBC는 난해한 대진표에 한국이 결과적으로 일본의 들러리가 된 모양새였다. 06년 초대 WBC에서 한국은 1라운드 이승엽(삼성)의 결승포, 2라운드 이종범(은퇴)의 결승타로 두 번이나 일본을 꺾었다. 그러나 4강전에서 일본에 완패를 안으면서 결승행이 무산됐다. 기사회생한 일본은 초대 우승팀의 영광까지 안았다.
2회 WBC 때는 그나마 대진이 나아졌지만 일본과 대결은 피할 수 없었다. 일단 한국은 1라운드 2회전에서 일본 킬러 김광현(SK)이 무너지며 대패를 안았다. 이어 1라운드 순위 결정전에서는 '봉열사' 봉중근(LG)의 역투로 조 1위를 확정했다. 하지만 결승에서 연장 끝에 석패하면서 다시 일본이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장면을 지켜봐야 했다.
다만 한국은 윤성환과 안지만, 임창용 등 삼성 소속 주축 투수 3인방이 '도박 스캔들'로 빠진 공백이 있다. 최고의 전력은 아니다. 이대호(소프트뱅크), 박병호(넥센) 등 중심 타자들도 쿠바와 두 차례 평가전에서 아직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일본과 맞대결이라면 정신이 번쩍 드는 대표팀이다. 김인식 감독은 출국에 앞서 "일본은 그동안 우리와 경기도 많이 했고 B조에서는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라면서 "일본과 개막전을 가장 신경써야 한다"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대표팀은 일본과 개막전 이후 대만으로 날아가 나머지 B조 조별리그를 치른다. 도미니카공화국(11일), 베네수엘라(12일), 멕시코(14일), 미국(15일)과 만난다. 6개 팀 중 4위 안에 들면 8강전을 치르고 여기서 이기면 일본 도쿄로 날아가 4강전(19, 20일)과 결승전 및 3, 4위전(21일)을 치른다.
과연 한국 야구 대표팀이 어려운 여건에서도 숙명의 한일전을 이겨낼 수 있을까. 또 이번만큼은 들러리에서 벗어나 주역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