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남북 간 합의를 통해서 남북교류협력사무소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남북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분야로 협력을 확대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북교류협력사무소는 지난해 3월 독일 드레스덴 연설을 통해서도 제기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남북교류협력사무소가 설치되면 이를 통해 체계적·지속적 협력이 될 수 있도록 남북 당국 간 협의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8·25 합의의 핵심인 남북 당국자 회담을 남북교류협력사무소를 통해 이행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북한은 최근 대남·대외관계 개선에 나름의 의지를 보이는 상황이다. 지난달 중국 류윈산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방북 이후 북중 관계가 회복되고,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발생하지 않은 데다, 이산상봉 행사 역시 탈없이 이행됐다.
또 한미 정상회담 뒤 양국 정상이 북핵 문제를 제기했지만, 북한은 별다른 공식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산상봉 기간 북한군 함정의 NLL 월선에 맞선 우리 군의 사격에 대해서도, 북한 군부가 직접 반응하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북한이 청와대를 향해 긍정적 답변을 내놓는다면, 남북관계 개선이 진전될 여지가 있다. 특히 북한으로서는 내년 7차 노동당대회 때까지는 대외적 불안요인을 최대한 억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 제안은 사실상 재탕이라는 점에서 북한에 딱히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북한은 이미 드레스덴 선언은 흡수통일 논리에 불과하다고 일축한 바 있다. 북한이 1년만에 입장을 180도 뒤집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그동안 북한은 금강산 관광재개나 5·24 제재조치 해제 등을 줄기차게 요구해왔지만, 박 대통령의 통준위 발언에는 관련 언급이 전무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준위 뒤 "5·24 조치에 대한 정부 입장은 전혀 변화가 없다"고 선을 긋기까지 했다.
이에 따라 북한 입장에서는 딱히 화답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리 당국의 전향적인 대북 제안이 요구된다는 얘기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북한은 내년 당대회에서 대내정치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대외 관계를 정비해야 한다. 그때까지는 도발 없이 8·25 국면을 이어갈 것이므로 우리가 적극적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대통령의 얘기는 기존에 했던 얘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은 이번 제안에 당장 반응을 보이기보다는 숨을 고르면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며 "8·25 합의사항인 당국간 회담을 제의하면서 5·24조치 해제 등 북이 원하는 것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교류협력사무소란 일종의 무역대표부인데, 이는 과거 정부에서도 수차례 제안했던 것이었다. 당국간 신뢰확립과 민간교류 활성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 대통령이 강력한 남북대화 의지를 밝힌 만큼, 관계부처는 더 명확하고 구체화된 메시지를 내놓아야 한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재개를 상당히 원하고 있다"며 "관광재개 등 명확하고 긍정적 메시지를 보내면 박근혜정부가 원하는 이산상봉 정례화나 DMZ 평화공원 등에서도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