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러 여객기, 기체결함 같다더니…'테러' 가능성에 무게

사고기 추락 지점의 잔해(사진=유트브 영상 캡처)
지난 주말 이집트 시나이반도에 추락하면서 224명의 사망자를 낸 러시아 여객기 기내에 폭발물이 설치돼 있었을 가능성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앞서 러시아와 미국 등은 테러보다는 기체 결함 가능성이 더 크다는 입장을 내놨었다.

그러나 하룻만인 4일(현지시간) 미국과 영국에서 사고기가 폭발물에 의해 추락했을 수도 있다는 추정이 나오면서 사고 원인은 테러 쪽으로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영국 정부가 영국과 이집트 샤름 엘셰이크 공항을 오가는 여객기 운항을 모두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필립 해몬드 외무장관은 "러시아 사고기가 기내에 실려있던 폭발물에 의해 추락했을 개연성이 '상당히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같은 추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한 당국자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또는 IS 연관단체가 사고기 기내에 폭발물을 설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 CNN은 이 당국자가 "정보 당국이 아직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다"면서도 "기내 꼬리 쪽이든 어디에서 폭발이 일어났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IS는 사고 직후부터 여객기 추락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과 러시아는 미사일 격추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IS의 주장을 일축한 바 있다. IS가 지상에서 상공 9km 이상 높이까지 미사일을 쏘아올릴 수 있는 기술을 갖추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IS 대원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은 트위터에 "우리가 원하는 시점에 구체적인 방법을 공개하겠다"면서 자신들의 소행임을 다시금 강조했다.

앞서 시나이반도 전문가인 잭 골드는 영국 가디언을 통해 일찌감치 사고기 기내에 애초부터 폭발물이 실려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사고기인 메트로제트 측도 "기체 결함이 아니라 외부 충격 때문에 추락한 것"이라면서 "사고 당시 승무원들은 비상 착륙 허가를 요청하지도 않을 만큼 겨를이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설사 기내에 폭발물이 설치돼있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공항 보안 등을 뚫을 수 있었는지 여부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영국 가디언은 만약 기내에 폭발물이 설치돼 있었다면 탑승객이 직접 지니고 보안검색대를 통과했을 확률보다 이륙 전 누군가가 지상에서 설치했을 확률이 더 커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우크라이나인 3명을 제외하면 사고기 탑승자 전원이 러시아인이었던 만큼, 누군가 폭발물을 지니고 기내에 탔다면 IS에 투신한 러시아인 '순교자'거나 러시아 여권을 정교하게 위조했다는 뜻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적다는 설명이다.

한편 영국의 항공기 운항 전면 취소로 인해 이집트 샤름 엘셰이크를 찾을 예정이었던 2만여 명의 여행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샤름 엘셰이크 공항은 비교적 작은 공항으로, 영국, 독일, 러시아 등의 여행객들이 주로 오가는 공항이다. 대부분 여행객들은 이 공항에 내려 해안가 휴양지의 고급 리조트를 이용한다.

이 공항의 한 관계자는 영국 가디언을 통해 "영국 정부가 이렇게 모든 항공기 운항 스케줄을 전면 취소한 적은 여태껏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집트 정부는 이 같은 영국의 조치에 대해 "성급하고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이집트 정부 대변인은 조사 당국의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인데 추락 원인을 단정 짓기는 성급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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