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재판에서는 2012년 12월 12일~16일, 대통령 선거를 불과 며칠 앞두고 수서경찰서에서 벌어진 긴박한 상황이 재조명될 것으로 보인다. 권 의원의 사건은 대선 직전 경찰의 국정원 여직원 오피스텔 수사 과정 및 긴급 결과 발표와 깊숙히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김신 부장검사)는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재판 과정에서 위증을 한 혐의(모해위증죄)로 권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모해위증은 상대를 형사처벌받게 하려는 악의적인 목적이 있을 때 적용되는 것으로 단순한 위증보다 형벌이 무겁다. 과거 국정원 대선개입 검찰 특별수사팀이 김 전 청장의 혐의 입증을 위해 내세운 핵심 증인에 대해, 검찰이 역으로 수사를 벌여 자기모순적 기소를 했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검찰이 주장하는 권 의원의 모해위증은 총 네 부분으로 나뉜다.
① 국정원 여직원 압수수색 영장 보류, 외압성 전화 있었나
우선, 2012년 12월 12일 수서경찰서 수사팀이 국정원 여직원의 오피스텔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려다가 포기한 이유에 대한 증언이다. 이날 오전만해도 수사팀은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 서울중앙지검으로 향했지만 가던 도중 상부의 지시로 복귀했다. 이후 수사팀은 압수수색을 접고 여직원에게 컴퓨터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받기로 입장을 선회했다.
권 의원은 과거 김 전 청장의 1,2심 재판에서 "당일 김 전 청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지 말라는 내용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또한 "수서경찰서의 압수수색 영장 신청 방침에 대해 자꾸 못마땅해하는 분위기가 전해졌다"고도 말했다. 김 전 청장이 이광석 당시 수서경찰서장과 수사과장이던 권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막았다는 취지의 진술이다.
반면 김 전 청장은 "영장 신청이 보류된 이후 오피스텔 앞에서 현장 관리를 하느라 철야근무를 한 부하를 격려하는 차원"에서 권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주장했다. 압수수색 영장 보류는 당시 수서경찰서장과 수사팀 등이 모두 공감해 내린 결정이고, 전화는 이후에 격려 차원에서 걸었다는 것.
당시 수사팀이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 가다가 발길을 돌린 이유가 무엇인지, 김용판 전 청장이 누구와 어떤 내용의 통화를 했는지에 대해 다시한번 양측 공방이 예상된다.
②국정원 여직원 임의제출 범위 미리 제한했나
다음날인 2012년 12월 13일 국정원 여직원의 컴퓨터를 임의제출 받는 과정에서 여직원이 "문재인, 박근혜 후보에 대한 비방 지지글에 대해서만 확인했으면 한다"고 경찰에 미리 구두로 요청했지도 쟁점이다. 권 의원은 당시 임의제출 제한에 대한 현장에서 얘기를 들은 바가 없다고 증언했지만, 여직원은 현장에서 미리 얘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③ 여직원 컴퓨터 파일 분석 때 충돌 있었나
2012년 12월 14일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여직원 컴퓨터를 분석할 때, 파일 분석 범위를 어디까지로 정할 것인지를 두고도 수사팀과 충돌이 발생했다. 권 의원은 "당시 서울청 수사2계장이 국정원 여직원이 직접 참여해 동의하는 파일만 열람해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자신은 반대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반면 검찰은 "서울청 수사2계장은 대북 기밀문서나 개인 사생활과 관련된 부분이 포함될 수 있으니 여직원이 지정한 파일은 소수 인력이 미리 열람하고 제외시켜 번거로움을 덜기 위한 위한 조치를 취한 것일 뿐이다"며 권 의원의 진술을 거짓으로 보고 있다.
④"김 전 청장이 '내가 책임질테니 발표하라' 전화걸었다"... 위증?
마지막으로 수사팀이 대선 사흘 전인 2012년 12월 16일 밤 11시 "국정원 여직원의 하드디스크 분석 결과 대선 후보와 관련된 댓글 흔적이 없다"는 중간수사결과를 전격 발표하게 된 배경도 쟁점이 되고 있다.
권 의원은 이광석 당시 수서경찰서장이 김 전 청장에게 "내가 다 책임질테니 발표하라"는 전화를 받고 엉겹결에 "네"라고 대답을 했고, 추후에 그 일을 후회했다는 말을 했다는 것을 청문감사관으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하지만 서장도 청문감사관도 김 전 청장의 재판에서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전 청장으로부터 수사결과 발표 지시가 내려왔었다는 말을 제3자로부터 전해들었다는 권 의원의 주장에 반해 당사자들은 전면 부인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처럼 네 가지 상황에서 권 의원이 '자신의 기억에 반해' 모해위증을 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당시 상황에 대한 섬세한 복기가 요구된다. 이미 김 전 청장의 재판에서도 쟁점이 됐지만 피고인이 뒤바뀐 만큼 재심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모 판사는 "적시된 혐의 내용이 상당히 여러 개이고, 등장인물도 많기 때문에 재판부가 심리하는 데에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번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최창영 부장판사)는 5일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열 예정이다.
권 의원은 위증 혐의 자체를 부인하면서, 민변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고 공판준비기일에 참석하는 등 재판에 적극 대응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