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범행 당시 상황에 대해 대부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고, 패터슨 측은 “리가 거울을 통해 범행을 목격하는 게 좁은 화장실의 구조상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심규홍 부장판사) 심리로 대법정에서 열린 패터슨에 대한 첫 정식 재판에서 리는 증인으로 출석했다.
리는 검찰의 질문에 “저는 그저 손을 씻으러 화장실에 갔다”며 “세면대 거울을 통해 패터슨이 대변기 칸에 누가 있는지 살펴보고는 갑자기 피해자인 조씨를 찌르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너무 놀라서 제가 돌아섰고, 조씨가 오른 손으로 패터슨을 때리려고 한 장면을 본 것 같고, 패터슨은 계속해서 조씨를 찌르는 모습을 보았다”고 설명했다.
“조씨가 목을 붙잡고 넘어질 듯 무릎을 굽히는 것을 보고 저는 화장실을 나왔다”는 게 그의 증언이다.
범행 전 ‘I'm going to show you something cool, come in the bathroom with me(멋진 걸 보여주려고 해, 화장실로 나를 따라 와)’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는 “저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전혀 없다”고 시종일관 답변했다.
또 범행에 쓰인 22㎝짜리 칼도 패터슨이 여자친구에게 햄버거를 잘라줄 때 봤지만, 자신은 "손을 댄 적이 없다"고 했다.
리는 그러나 패터슨의 변호인이 “칼을 가지고 같이 놀지 않았느냐”고 질문할 때는 “칼을 만진 적이 있다. 그런 다음 다른 사람에게 건넸다”고 다소 엇갈린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패터슨 측이 “화장실의 좁은 구조상 거울로는 리의 주장대로 조씨의 위치가 보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잘 보였느냐”고 묻자 “봤다”고 기존 증언을 반복했다.
그는 다만,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봤더니 패터슨이 계속해서 조씨를 마구 찔렀다”고 덧붙였다.
패터슨 측은 리가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있었지만 당시 현장을 촬영한 사진에는 세면대에 혈흔이 그대로 남아있는 점에 비춰 리씨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스럽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거울로 범행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다른 방법으로 검증해보겠다고 말했다.
첫 재판에서 주범으로 지목됐던 리의 무죄가 확정된 데는 당시 목격자였던 패터슨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고인과 목격자가 뒤바뀐 이번 재판에서도 증인 리의 진술이 믿을만한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리는 검찰 측 신문에서 “검찰이나 경찰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 전문 통역이 전혀 없었고, 첫 경찰조사 때는 잠을 재우지 않는 등 강압 수사를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은 리씨가 경찰에서 진술한 조서들을 증거에서 철회했다.
현재 재판은 진행 중이며, 재판부는 “필요하다면 패터슨과 리를 대질 신문하겠다”고 밝혀 상대를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두 사람 사이 치열한 공방도 예상된다.
한편, 조씨의 어머니는 이날 법정에서 첫 발언 기회를 얻고선 “억울한 아들을 위해 진짜 범인을 최고형의 엄벌에 처해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조씨의 어머니는 당시 현장 사진들이 증거로 제시되자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다 재판정 밖으로 자리를 한동안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