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저녁 7시에 시작되는 '한쪽 눈을 가리지 마세요' 공연에 앞서 4시간 전인 오후 3시께부터 20여 명의 관객들이 줄을 서 있다.
이승환을 비롯한 가수들은 '어른들의 부당함과 부조리에 거리에 나서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청년들을 응원하고 지지한다'는 취지로 이번 공연을 기획했다.
줄의 앞에서 두 번째에 자리를 잡고 앉은 홍모(21세·휴학생) 씨는 "좋아하는 아티스트인 가리온이 콘서트에 동참하는데다 공연의 취지에도 공감하고 있어 오게 됐다"고 말했다.
홍 씨는 이번 국정교과서 사태에 대해 "올바른 방향으로 집필돼 학생들을 가르치면 좋겠지만,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큰 상황에서 믿음이 안 간다"며 "국정교과서를 내세워 나머지 교과서를 억압하는 것 역시 민주주의국가에서는 맞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객 주모(22세·학생) 씨는 "이승환 씨를 평소 음악적으로 좋아하고, 국정교과서를 바라보는 마음도 같아 이 자리에 오게 됐다"며 "국정교과서 사태는 독재나 다름없다고 생각하는데, 아마 부정부패의 산물이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왜 정부는 국정교과서를 강행할까'라는 질문에 주 씨는 "아마 본인들이 제일 잘 알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 공연은 15세 이상 29세 이하 청년과 청소년들만을 위한 무료 행사로 기획됐다. 입구에 세워진 화이트보드판에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힌 뒤 입장할 수 있다.
롤링홀 앞에는 공연을 보기 위한 이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20대 청년들이 뜻을 함께하기 위해 모였다.
특히 연령 제한 때문에 입장을 할 수 없는 30대 이상 시민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연령제한에 걸리는 권모(53세) 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공연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나이 제한에 걸리지만 학생들을 응원하고 싶어서 왔다"며 "선글라스를 빌려 변장을 하고 들어가고 싶은 게 제 욕심이지만, 입장이 안 된다고 하면 규칙이 그러니까 그냥 조용히 돌아갈 생각"이라고 했다.
자신을 일용직 노동자라고 소개한 그는 "하루 벌어 하루 살고 있지만, 국정교과서 사태를 접하면서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에 일을 버리고 왔다"며 "있는 그대로 서술해야 할 역사를 권력층의 입맛에 맞게 바꾸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다음 정부에서 역사교과서를 되돌린다고 하면 그 혼란은 전부 국민, 특히 학생들의 몫이 된다"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해 '계륵'처럼 되도 그만, 안 되도 그만 식으로 국정교과서를 강행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연 무대에는 이승환 밴드를 비롯해 그룹 십센치(10cm), 데이브레이크, 피아, 로큰롤라디오, 타틀즈, 힙합듀오 가리온이 오를 예정이다. 또 웹툰작가 강풀과 주진우 시사인 기자도 함께한다.
한편 정부는 당초 예정보다 이틀 빠른 지난 3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를 확정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