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하구 신평시장 인근 2층 주택.
이곳에 사는 A씨는 지난 2일 오후 11시쯤 평소와 다름없이 자신의 집 옥상에 빨래를 널러 올라갔다.
옥상에 올라간 A씨는 모서리에서 움직이는 그림자 형태의 물체를 발견한다.
가까이 다가가 물체를 확인한 A씨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A씨가 옥상에서 발견한 물체는 다름 아닌 길이 30㎝, 몸무게 2㎏가량의 '원숭이'였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큰 두 눈과 긴 팔, 마치 나무늘보를 연상케 하는 느릿느릿한 움직임.
A씨는 어찌할 줄 모르는 원숭이를 상자에 담아 안전한 곳으로 옮긴 뒤 곧 바로 이 사실을 119에 알렸다.
119에 의해 구조된 원숭이는 부산야생동물보호협회를 거쳐 낙동강에코센터로 안전하게 이송됐다.
주로 동남아 지역에 서식하는 슬로로리스는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교역에 관한 국제협약'(CITES)에 따라 국제적 멸종위기에 속하는 종으로 세상에서 가장 느린 원숭이로 알려져 있다.
이 원숭이가 어디서 왔으며 어떤 경위로 주택가 옥상까지 올라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야생동물구조협회 관계자는 이 원숭이가 밀수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야생동물보호협회 최인봉 회장은 "멸종 위기종인 슬로로리스 종은 개인이 키울 수 없게 되어 있어 누군가 밀수해 몰래 키우던 원숭이로 추정된다"라며 "슬로로리스를 키우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 실제 주인이 있다고 해도 처벌이 두려워 나타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또 "2년 전에도 부산 북구에서 같은 종이 발견된 적이 있고, 또 다른 멸종 위기종인 흑구렁이도 수 차례 발견된 적이 있다"라며 "이 같은 정황으로 미뤄 감천항 등 멸종 위기 야생동물을 밀수하는 경로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라고 말했다.
해당 원숭이는 낙동강 야생동물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은 뒤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