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야구 최강팀 쿠바와 7년 만의 대결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결승에서 한국이 쿠바를 누르고 금메달을 따낸 이후 처음이다. 특히 세계 랭킹 12위까지 강팀들이 겨루는 국가대항전 '프리미어12'를 앞둔 전초전 성격이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의 관심은 박병호(29 · 넥센)에 집중됐다. 박병호가 전날 메이저리그(MLB) 도전을 위해 포스팅을 공식 요청한 가운데 이날 오전 이대호(33 · 소프트뱅크)도 대표팀 합류에 앞서 미국 진출을 공식 선언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거포 1루수들이 동시에 MLB행을 선언한 것이다. 때문에 둘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적잖다. 아무래도 수요는 정해졌는데 공급이 늘어난 셈이기 때문이다.
일단 이대호는 이에 대해 "박병호와 동시에 미국 진출을 추진한다고 서로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둘 다 좋은 결과를 얻고, MLB 무대에서 같이 활약하면 정말 좋은 그림이 나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송재우 MLB 전문 해설위원은 "장타력이 우위인 박병호와 정확성이 뛰어난 이대호인 만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어 "이대호 선수와는 어릴 때 상대팀으로 경기를 해봤고, 대표팀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같은 포지션이고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인 만큼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선의의 경쟁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서로 배우고 각자 역할을 잘 해서 (프리미어12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취재진이 재차 "이대호와 경쟁이 부담이 되지 않을까"라는 질문에도 박병호는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에둘러 답했다. 이어 "이대호 선수는 FA(자유계약선수)로 가고, 나는 포스팅을 요청했는데 나는 결정된 게 하나도 없기 때문에 말씀 드리기 어렵다"면서 "나중에 결정되고 난 뒤에 말씀드리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MLB 30개 구단은 박병호와 독점협상권을 따내기 위한 비공개경쟁입찰에 들어간 뒤 결과가 오는 7일 나온다. 이에 대해 넥센은 9일 최고 응찰액에 대한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그 뒤 해당 구단과 한 달 동안 협상에 들어간다.
박병호는 이번 슈퍼 시리즈에 대해서 " 쿠바는 아마 최강"이라면서 "프리미어12를 앞둔 점검이기도 하지만 배울 거 있으면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관중이 많이 오시면 집중해서 재미있는 경기로 보답하겠다"고 겸손한 각오를 다졌다.
이어 "감이 좀 떨어진 부분이 있는데 그런 쪽에 초점을 맞춰서 부상 없이 하면 좋겠다"면서 "쿠바 선수들을 처음 상대하기 때문에 구질과 공의 움직임 모르는데 내일 그런 것을 점검하고 맞춰서 타격할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