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젠테이션까지 준비해 연단에 나선 황 총리는 "편향된 교과서로 역사교육을 받고 있는 지금의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며, 박근혜 정부가 엄격하게 검정해 통과시킨 현행 8종의 역사교과서를 '좌편향', '종북'으로 몰아세웠다.
황 총리는 "현행 교과서들은 너무나도 분명한 6.25전쟁의 책임마저 북한의 잘못이 아닐 수도 있다는 그릇된 생각을 갖게 할 우려가 있다"며 "남북간 38선의 잦은 충돌이 전쟁의 직접적 원인인 것처럼 교묘하게 기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우리는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의 탄생을 전세계에 알렸다"며 "그런데도 몇몇 교과서는 해방 이후 대한민국 건국을 정부 수립으로, 북한은 국가 수립으로 기술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교과서의 지도서와 문제집에선 김일성 헌법을 대한민국 헌법보다 세세히 소개하고, 주체사상을 선전하고 있다"고도 했다.
황 총리는 또 "북한의 천안함 폭침 도발은 결코 잊어선 안 될 아픈 역사"라며 "그러나 일부에선 미국의 소행으로 왜곡하거나, 암초에 부딪쳐 좌초된 우발적 사고인양 허위 주장을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가령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으로 해야 한다는 황 총리의 주장은 "대한민국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고 명시한 헌법에 위배된다는 게 다수 학자들의 견해다.
또 "북한의 침략 야욕을 은폐, 희석시키고 있다"는 황 총리의 주장과 달리, "북한은 핵실험을 실시하였으며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였다"거나 "6.25 전쟁 이후 설정된 북방 한계선(NLL)을 부인하고, 여러 차례 군사적 도발을 일으켰다"고 명시한 교과서가 상당수다.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도 "이명박 정부 수립 후 남북 관계는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 실험 등으로 악화되었다. 더구나 2010년 북한이 천안함 피격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을 일으켜 남북 관계는 경색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서술하는 등 황 총리의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이와 관련, 교육부 관계자는 "건국절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는 전문가들이 논의하고 국민적 합의를 하면서 교과서를 만들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김일성 주체 사상을 비판없이 서술해 그 실체를 사실과 다르게 오해할 소지가 있다"고 황 총리가 지적한 것에 대해선 "그 분량이나 전체적 맥락을 볼 수밖에 없다"고 편들었다.
이 관계자는 "김일성 전집에서 대여섯 줄을 인용한 뒤 맨끝에 '주체사상이 우상화와 독재를 하는 데 이용됐다'고 단 여섯 단어가 들어있다"며 "학생들이 보면 그 여섯 단어가 가져오는 뜻이 얼마나 크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날 국정화 고시가 확정됨에 따라 국사편찬위원회(국편)는 4일 집필진 구성 계획을 비롯, 국정교과서 집필 기준에 대해서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따라서 1년안에 교과서를 펴내야 할 국편이 어떤 기준과 편수 방침에 따라 건국절이나 이승만·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 또 근현대사의 여러 사건들에 대해 방향을 설정할지 주목된다.
하지만 이날 총리와 부총리의 기자회견이 이미 국정교과서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게 중론이다.
황교안 총리는 "전국 2300여 고등학교에서 3곳만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했다"며 "나머지 99.9%는 편향성 논란이 있는 교과서를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검정교과서가 몇 종인지는 형식적 숫자일뿐"이라며 "실제로는 다양성이 실종된 사실상 1종의 편향교과서와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언급은 사실상 우편향 기술로 외면 당한 교학사 교과서를 '편향되지 않은 유일한 교과서'로 지목한 것이어서, 정부가 강행하려는 이른바 '올바른 교과서'도 판박이가 될 것임을 예상하게 한다.
황 총리가 이날 "가장 교육적이어야 할 학교현장이 반민주적이고 반사회적인 행위에 무릎을 꿇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시장에서 낙오된 상품' 외에 모조리 말살하겠다는 이번 국정화 강행이야말로 '반시장적', '반민주적'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