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사에 한 획씩을 그은, 진중한 이미지를 지닌 철학자들에 대한 이 유머러스한 표현은 신간 '이런 철학책 봤어?'(지은이 시미즈 요시노리·펴낸곳 현암사)의 목차 가운데 일부다.
일본에서 패러디 소설을 하나의 장르로 세운 작가인 지은이는 이 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소크라테스부터 시작해서 사르트르까지 철학자 이야기를 재미있게 써야 했다. 칸트나 헤겔, 하이데거 등 해설서를 읽어도 무슨 말인지 도통 종잡을 수 없는 철학자들 이야기를 어떻게 유머소설로 만들면 좋을지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힘겨운 도전이었다.' (4쪽)
지은이의 말을 오롯이 빌리면 이 책의 성격은 이렇게 규정된다. "유머 소설집이지, 철학 입문서나 해설서가 아니다. 따라서 이 소설을 읽은 독자에게 철학을 이해시킬 생각은 없다.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라며 웃어주면 그만이다."
결국 이 책은 유명 철학자들의 독특한 삶과 사고방식을 유머러스한 소설로 재현한 것이다.
◇ "이 책은 철학 입문의 계기가 될지도 모를 우스운 이야기"
"머리가 강하다"는 신탁을 받자 소크라테스는 신탁의 의미와 그것이 진실인지 알기 위해 사방을 돌아다니며 박치기 대결을 벌이다가 급기야 고소를 당한다.
'나는 내 머리가 이렇게 강하다는 사실을 긍정하기에 사람들의 미움을 받아 독배를 마시는 것입니다. 혹시나 해서 드리는 말씀인데, 내 머리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독에는 어떤 영향도 줄 수 없습니다. 아무리 머리가 강해도 독을 먹으면 죽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죽음으로써 그리스 전체에서 머리가 가장 강한 남자였다고 기록될 것입니다. 나는 그나마 그 사실을 기뻐하며 죽어갈 겁니다. 나는 이런 부당한 죄목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독배를 마시는 겁니다. 그것이 나, 소크라테스입니다.' (28, 29쪽)
자신이 아테네 젊은이들에게 평생 설파하고 다녔던 철학적 원칙과 신념에 따라 독배를 받아들었던 소크라테스를 위와 같이 표현한 것이다.
헤겔은 약혼녀에게 연애편지를 쓰면서 변증법을 대입했다가 크게 사랑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이 책 속에서 헤겔은 결혼을 약속한 여인이 "당신은 그런 뒤틀린 사고를 한다는 거네요"라고 말하자 다음과 같이 항변한다.
'아니, 그렇지 않아. 그렇게 곧바로 부정하는 사고는 깊이가 없어. 그런 식으로 부정할 수 있는 모순은 현 상태로 머물러 있지 못하니까. 사물은 반드시 변화하고 발전하지. 요컨대 단순하게 한 번 부정하는 건 사고가 깊지 못하다는 거야. 그렇게 부정된 사고를 더 발전시켜 다시 한 번 부정하는 거야. 그렇게 극복해 나가는 사고를 하지 않으면 안 돼." (153쪽)
이러한 사고는 변증법의 기본이다. 영원한 부동은 있을 수 없으니 어떤 것이든 부정되는 모순을 내포하고 있는데, 그 모순은 사물을 그대로 두지 않기 때문에 점점 발전한다. 이렇듯 발전 지향적인 사고법이 변증법인 것이다.
앞에서 이 책을 유머소설로 소개한 지은이는 "그 와중에 철학자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생긴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며 "더 알고 싶은 사람은 이 책을 계기로 철학자에 대해 공부하면 된다"고 덧붙이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철학 입문의 계기가 될지도 모를 우스운 이야기"라는 것이다.
유명 철학자의 대표 저서를 읽고는 "도대체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고 노골적으로 고백하는 지은이다. 그래서 철학이 어렵다고 여기는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철학을 쉽고 친근한 것으로 다듬어낸 지은이의 작업은 성공적이다. '이해'에 앞서는 것이 '관심'이라는 점을 직시한 그의 혜안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