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위한 '문화누리카드' 예산 절반 남아

저조한 지원실적 높이려 마련한 여행·체험행사, 현실 외면한 '소모성' 지적

저소득층의 문화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바우처 서비스 '문화누리카드'가 사업 종료를 석 달여 앞둔 시점까지 전체 예산의 절반가량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는 뒤늦게 각종 문화프로그램을 기획했지만, 현실성이 부족해 급조한 사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 관련 예산 72억 9천만 원 가운데 실제 사용액은 '절반'

지난해부터 매년 저소득층의 문화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발급되고 있는 문화누리카드.

국비 지원을 받는 부산시는 기초생활수급 대상 가정과 차상위계층 일부 가정에 1인당 5만 원씩, 한 가정에 최대 35만 원까지 사용할 수 있는 선불카드를 지원하고 있다.

발급된 선불카드는 부산지역의 공연·영화·여행 등 문화 관련 제휴 기관에서 사용할 수 있다.

부산시는 애초 지난 2~4월 문화카드를 발급해 연말까지 사업을 완료할 목적으로 지원을 시작했다.

하지만 실제 발급률이 기대에 못 미치자, 시는 문화누리카드를 연중 발급받을 수 있도록 기한을 없앴고, 사용기한도 내년 1월 말까지 연장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13일 기준으로, 실제 발급된 카드는 전체 발급 대상자 14만 7천여 명의 80% 수준인 11만 9천여 명에 그치고 있다.

또 선불카드로 발급한 예산 60억 원의 67% 수준인 40억 1천400만 원만 실제로 사용돼 20억 가까운 예산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부산시가 마련한 전체 예산 72억 9천만 원 가운데는 단 54%만 지원된 셈이다.


문화누리카드 사용기한인 내년 1월 말이 지날 경우 사용되지 않은 카드는 모두 무효가 된다.

◇ 뒤늦게 여행·체험행사 마련…현실 외면한 '소모성 사업' 지적

부산시가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각종 프로그램도 실제 문화 수요를 파악하지 않아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는 (재)부산문화재단과 연계해 문화누리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 '문화플러스사업'을 추진해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문화플러스사업은 '남원', '석남사' 당일 여행, '부산 중구 보수동 나들이' 등 여행·체험 행사가 대부분이다.

사회복지단체는 이 같은 여행·체험 행사가 문화 소외계층의 실제 생활 방식이나 연령·소득 수준 등을 고려하지 않아 현실성이 떨어지는 프로그램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문화선택권을 제공하기보다는 단순히 남은 예산을 소모하기 위한 일방적인 공급이라고도 덧붙였다.

사회복지연대 박민성 사무처장은 "문화 소외계층에 체험기회를 제공해 문화복지를 증진한다는 애초 취지는 옳은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실제 문화누리카드 사용자들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사업 취지에서 벗어나는 모습 "이라고 지적했다.

박 사무처장은 "여행 상품의 경우 먼 거리를 하루 만에 여행해야 하거나 자기부담금에 대한 우려 때문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라며 "오히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극과 영화 등을 준비해 직접 찾아가는 등 근본적인 문화 접근성을 높이는 수단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저소득층의 문화생활에 대한 관점을 바꾸는 게 필요해 추진한 사업이라 지금으로서는 문제가 없다는 견해다.

부산시의 관계자는 "큰 금액은 아니지만, 문화비 지원을 통해 문화생활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이 사업의 핵심"이라며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여행·관광 등 문화생활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관점을 심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또 관계자는 "지원받는 주민 가운데 거동이 불편하거나 부담을 가질 분들이 많은 것을 알고 있다"라며 "이 때문에 버스와 같은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등 불편함이 없도록 최대한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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