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청, 장애형제 무조건 입원하라던 속내는?

지난해 3월 '송파 세모녀 사건'에 이어 지난달 서울 마포구에서 50대 정신장애인 형제가 방치돼 동생이 끝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방자치단체는 이들 형제에게 민간병원 입원을 권했지만 80대 노모와 장애 형제들은 입원을 극구 거절했다. CBS노컷뉴스는 지자체의 찾아가는 복지서비스에 포함되지 못하는 정신장애인들의 고된 현실을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보기로 했다. 오늘은 그 첫번째 순서로 지자체와 민간 병원의 이해관계 속에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정신장애인들의 현실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지난달 20일 정신장애인 박모씨가 숨진 채 발견된 방(사진=김광일 기자)
지난달 80대 노모가 입원한 사이 방치된 50대 정신지체 형제 중 동생이 숨진 채 발견된 '마포 장애형제 사건'이 알려지면서 복지 당국으로 책임공방이 번지고 있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2015. 10. 20 [단독]정신지체 동생, 형 곁에서 '굶어' 숨진 채 발견(종합))

당시 이들의 복지를 맡고있는 서울 마포구청은 "한 달 전 입원한 숨진 박모씨의 어머니에게 형제를 입원시키자고 제안했으나, 이를 거부당해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다리 수술 이후 요양병원에 입원해야 했던 어머니 박모(81)씨는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나 구청의 제안을 거절한 이유에 대해 "아들이 불쌍해 입원시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머니 박씨는 "과거에 종종 억지로 입원시켰다가도 본인이 갑갑하다며 워낙 힘들어해 퇴원시키곤 했다"고 설명했다.

숨진 아들 박씨는 도대체 무엇이 힘들었을까?

◇ '주홍글씨에 취업 불이익까지' 입원 꺼리는 정신 장애인들

사망한 아들 박씨뿐 아니라 대부분의 정신장애인은 인권 침해나 차별, 편견 등을 이유로 병원에 입원하기를 꺼린다고 한다.


서울시복지재단 서울사회공익법센터 김도희 변호사는 "정신병원 다녀왔다고 하면 지역 주민들이 이사를 종용하기도 한다"며 "이 주홍글씨는 취업에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또 "일부 국공립 시설을 제외하면, 많은 병원에서 여전히 강압적 격리, 감금뿐 아니라 맨 바닥에 매트리스 깔아놓고 수십명씩 생활하게 하는 등 인권침해가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런 강압적인 병원생활을 아들 박씨가 견디지 못했고 노모 박씨도 이를 잘 알았기에 지자체의 병원 입원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정신보건시설 인권침해 진정 사건 역시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 2011년 1337건이던 진정 건수는 매년 증가해 지난해 2789건에 달했다.

특히 이 중 강제로 입원시키는 것에 대한 진정 건수는 지난 한 해에만 1,720건이 접수되는 등 매년 전체 진정 가운데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 강제입원 권하는 이유는? 지자체와 병원 이해관계 맞아떨어져

마포구청은 관할에 살던 박씨 형제를 병원에 보내려고 했다.

마포구청뿐 아니라 대부분의 지자체와 보건당국은 정신장애인들을 민간 병원에 강제로 입원하도록 종용하는 실정이다.

현행법상 가정에서 보호를 받기 어려운 정신장애인들은 사회복귀시설이나 입소형 요양시설, 민간 병원 등에 들어가게 된다.

이때 정신장애인들이 시설과 달리 민간병원에 입원하게 될 경우, 해당 지자체는 자체 예산을 지출할 부담이 없어진다.

또 민간 병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비 급여를 받을 수 있고, 지자체는 민간 병원에 정신장애인들을 위임해 불필요한 민원 발생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결국 지자체와 병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지자체가 민간 병원 입소를 강제로 권유하고, 정신장애인 70% 이상이 민간병원에 입소하게 된다는 것이 서울사회공익법센터 김도희 변호사의 설명이다.

공익인권재단 염형국 변호사는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한 공청회에서 "의료 급여를 받는 정신장애 입원환자들의 입원 비용을 중앙 정부가 부담하고, 지역사회서비스는 지자체가 떠맡는 현 구조는 정신병원에서의 장기입원을 조장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된다"고 밝혔다.

◇ 계류 중인 법안, "쉼터만 있었어도..."

일반적으로 노숙인이나 결손아동, 청소년의 경우 지역사회에 마련된 '쉼터'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지난 7월에는 정신장애인에게도 '쉼터'를 만들어줘 지역사회에서 자활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 포함된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이 국회에 발의됐다.

지난달 29일 국회 앞에서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 제정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던 한 시민이 들고 있던 피켓(사진=김광일 기자)
국회에 계류 중인 이 법 29조 4항은 지자체에서 정신장애인이 인권침해, 결손 등 위기 상황이 발생할 때 임시로 머물 수 있는 '정신장애인 쉼터'를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을 대표 발의한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은 "노모의 입원으로 밥을 해줄 사람이 없었던 이번 사고에서 정신장애 형제가 쉼터를 이용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김도희 변호사는 "정신장애인들이 갑자기 가족과 멀리 떨어지는 등 보호자의 손길이 절실할 때 쉼터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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