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먼의 주장의 핵심은 이것이다. '공화주의'가 아니라 '허슬링(hustling)'이 청교도가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한 이래로 미국을 지배해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허슬은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사기나 강탈 등을 주저 없이 사용하는 행태를 나타내는 말이다.즉 공공선은 아랑곳하지 않는 맹목적인 사익의 추구가 미국울 끌어온 힘이라는 말이다. 미국독립혁명과 남북전쟁을 공화주의 정신의 승리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지만, 실제로 미국을 견인한 것은 끊임없이 부를 축적하려는 개인들의 집념이었음을 저자는 갖가지 문헌과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미국 문화의 저변에는 항시 더 많은 재산을 축적하려는 사적 욕망이 흐르고 있었고, 그러한 본질이 이 나라의 제국주의적 확장을 가능하게 했지만, 동시에 제국의 종말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요컨대 2008년 경제붕괴는 일탈이 아니다. 오리혀 '허슬링 문화', 끝없는 물질적 진보, 즉 아메리칸 드림의 논리적 귀결이다. 미국은 무덤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재화와 돈, 권력, 기술, 그리고 '진보'의 열광적 추구가 결국 배를 들이받아 산산조각 내는 고래를 만들어냈다. 바로 미국의 외교정책이 9.11을 유발했다.
그럼에도 미국인들은 이 모든 것에 눈멀어 있다. 왜냐하면 미국은 400년 동안 허슬링과 '진보'의 종교를 구축해오면서 타자성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완전히 상실했기 때문이다. 이 '문화적 안개'는 너무나 짙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세뇌가 되어 있기 때문에 이것을 알아차리고 사회의 진로를 바꿀 가능성은 없다고 버먼은 단언한다. 미국의 죽음 이미 기정사실이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은 사후의 미국이다. 그때에는 미국에서도 존재했던 대안적 전통, 멈퍼드 등과 남부(노예제는 없는)의 세계관이 가능성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모리스 버먼 지음/ 김태언·김형수 옮김/ 녹색평론사/272쪽/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