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은주 떠난 빈자리..동료들 오열"

영화인추모단, "가족과 혐의해 가족장으로 24일 발인"


올해 스물다섯. 꽃다운 나이. 한 일보다 해야할 일이 많고, 지난 시간 힘든 삶보다 앞으로 더 많은 행복을 누려야할 청춘.


더 많은 사랑과 감동을 세상에 뿌렸어야할 영화배우 이은주가 22일 오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날 오전 6시까지 이은주는 가족과 함께 대화를 나누다 자신의 방에 돌아갔다. 오후 1시쯤 인기척이 없어 그녀의 친오빠가 그녀의 방에 들어갔을 땐 이미 싸늘한 주검으로 변한 뒤였다.

잠들어 있어야 할 이은주는 드레스룸 조립식 옷걸이에 넥타이로 스스로 목을 맸다. 가족들에겐 청천벽력이었고 이것은 지금까지 이은주와 함께 영화를 해온 영화인들, 그리고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이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오빠가 경찰에 신고를 했고, 오후 4시 30까지 현장 검증을 거친 후 이은주의 시신은 평소 우울증 치료를 받았고, 가족들의 요구에 따라 경기도 분당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경찰, "타살혐의점 없어 우울증으로 인한 단순 자살"


1차 현장 검증결과 침대 위에 혈흔과 죽기 직전 자해에 이용된 연필깎기용 칼, 그리고 일부 혈서로 쓴 유서가 침대에서 발견됐다. 그녀의 마지막 영화 ''주홍글씨''의 라스트신을 채웠던 핏빛은 유서에도 담겨있었다.''엄마 사랑해''로 시작됐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하고싶었던 말은 가족에 대한 사랑과 주체할 수 없었던 영화에 대한 열정 그리고 돈에 대한 야속함이었다. 또 지인들에 대한 끝없는 애정과 이를 저버리고 먼저 떠나는 심정도 담고 있었다.

가족들을 상대로 정황조사를 하고 1차 현장 검식을 거쳤으나 이렇다할 타살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한 경찰은 우울증으로 인한 단순자살로 수사의 가닥을 잡았다.

서울대병원 의료진, "2월 3일 입원해 정밀진단만 받았어도…."

생전 KBS 2TV ''비타민''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우울증 증세'' 판정을 받기도 했던 생전 이은주는 ''불면증''과 ''식욕부진'' 등의 이유로 1월 24일 분당 서울대 병원에서 1차 진료를 받았고, 2월 3일 특진을 받았다.

서울대병원 의료진이 우울증의 원인에 대한 정밀진단을 위해 입원치료를 권유했으나 이은주는 거부했다. ''그때 의료진의 권유를 받아들였더라면''이라는 게 그녀의 싸늘한 시신으로 마주한 의료진의 크나큰 아쉬움이다.

그녀의 어머니는 실신했고, 국화꽃 속에 환하게 웃고 있는 흑백영정으로 남은 여동생을 마주한 친오빠는 ''이건 말도 안돼''라며 오열했다. 아버지는 슬픔조차 받아들이기 힘든 듯 넋나간 표정으로 이젠 돌아올 수 없는 이은주의 흑백영정 사진과 남은 가족들을 번갈아 쳐다볼 뿐이었다.

충격속의 영화인, 빈소 방문해 눈물로 그리움 대신….

빈소가 마련된 분당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평소 절친했던 바다. 한때 자신의 집에서 충격적인 소식에 실신하기도 했던 바다는 가족들과 함께 그녀를 지켰다.



그녀의 죽음으로 가슴 한 곳이 깊이 패인 영화인과 동료 연예인들이 떠나는 길이나마 외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모여들었다.

자신이 출연한 영화 ''여자, 정혜''의 시사회에서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고 이후 일정을 모두 접은 김지수가 왔고, 송윤아가 왔다. 영화 ''하늘정원''에서 인연을 맺은 안재욱이 왔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동료 연기자로서 의지했던 김정현이 왔다.

영화 ''주홍글씨''에서 함께 열연한 한석규와 엄지원도 그녀의 영정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KBS ''열린음악회'' 녹화현장에서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 가수 전인권. 이은주가 믿고 따르던 그 역시 마지막 가는 그녀 앞에서 통곡했다.



23일 새벽 그녀를 찾은 홍석천 역시 눈물을 흘리고 연신 "나처럼 힘든 사람도 있는데 죽긴 왜 죽어. 죽긴 왜 죽어. 나도 사는데"라며 되뇌였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영화인추모단, "가족과 협의해 가족장으로 24일 발인"

슬픔에 잠긴 영화인들은 영화인추모단을 구성하고 23일 자정 취재진들에게 평소 ''영화가 내 운명이었던 것 같다"고 말해온 그녀의 장례절차를 가족과 의논해 가족장으로 치르겠다고 밝혔다. 발인은 24일. 영화와 함께 살고 스크린에 묻혔어야 했던 이은주가 영면할 장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건 영화야!''라고 우기고 싶은 이은주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지 하루가 지났다. 그녀의 빈자리는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경기도 분당=노컷뉴스 방송연예팀 김대오, 이찬호, 곽인숙, 이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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